제주에서 700여년 전 고려 말~조선 초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공동묘역에서 온전한 형태의 인골 21기가 수습됐다. 이 시기 분묘에서 다수의 유골이 온전한 상태로 발견된 것은 국내 처음으로, 당시 제주인들의 형질 연구에 전기가 될 전망이다.
제주고고학연구소는 제주 애월읍 금성리 436의 11 일대 200㎡를 지난 7월30일부터 발굴 조사한 결과 토광묘(土壙墓) 20기, 석곽묘(石槨墓) 1기 등 분묘 21기에서 인골 21기를 수습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소 관계자는 “두께 40~50㎝ 모래층 아래에서 발굴된 유골의 연령대는 어른이 3~4구이고, 나머지는 영ㆍ유아나 어린이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유골이 발굴된 곳은 해안에서 직선거리로 200m쯤 떨어진 모래언덕으로 회색의 순수 모래층이 퇴적돼 있다.
인골과 함께 고려시대 말기 유물인 청자대접, 분청사기, 청동제 비녀, 청동 숟가락, 몽골 병 등 14~16세기 유물이 출토돼 이 시기에 묘역이 조성된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9~10월에도 이 지역에서 인골 11구가 나와 현재까지 발굴된 인골은 32구에 이른다.
강창화 연구소장은 “모래를 파 시신을 안치한 뒤 다시 모래를 덮어 봉분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며 “조개가 부서져 만들어진 모래가 알칼리성이라 인골이 잘 보존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 소장은 “인골 분석과 연대 측정 등을 통해 제주 사람들의 형질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재현 동아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조선인 형질에 관한 연구를 했는데, 지금까지 제주 사람들의 형질 연구는 없었다”며 “유전자(DNA) 연구를 통해 제주인들의 형질적, 분자학적 특징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5월 이 지역에서 하수관공사를 하다 인골이 많이 나오자 공사를 중단하고 발굴조사에 들어갔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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