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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12월 19일] 과도한 기대와 낙담은 금물

입력
2012.12.1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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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19일 밤, 늦어도 20일 이른 새벽이면 누가 이 나라의 5년을 책임지게 될지 가려진다. 5년마다 돌아오는 날이지만 유권자들은 묘한 긴장과 흥분, 설렘과 희망을 안고 투표소로 향할 것이다. 아마 선택할 후보를 정한 유권자들이 대부분이겠지만 기표소에 들어갈 때까지도 '내 마음 나도 몰라'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다 귀중한 한 표다. 모두들 투표소로 가기 전 잠시 짬을 내 자신과 가정, 아이들과 우리 사회를 위해 후보 홍보물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현명한 결정을 내리길 기대한다.

유권자들이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은 제각각이다. 정당보다 인물, 인물보다 정당, 그보다는 정책을 먼저 보겠다는 유권자가 있다. 국가ㆍ역사ㆍ정치ㆍ사회 발전과 같은 거대담론적 이유를 기준으로 삼거나, 현실적으로 자신의 삶에 조금이라도 더 득이 되는 이를 선택하려는 이들도 있다. 선택의 기준과 이유가 무엇이든 유권자들은 저마다 자신이 선택한 후보가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또 그것을 통해 자신이 표를 던진 이유와 목적이 실현되기를 원한다. 어찌 보면 그것이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이 작동하는 요체일 것이다.

대통령제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만큼 대통령 한 명에게 그토록 많은 희망과 기대를 거는 나라도 드물지 않을까 싶다. 대통령이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닐진대 국민들은 대통령이 우리 사회와 국민 개개인이 당면한 문제를 풀어줄 해결사가 '되어 주리라', 아니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설령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조차 5년마다 치러지는 대선 때가 되면 그런 종류의 기대를 한껏 품는다.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새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가 높고 많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현실과 국민의 삶이 그만큼 피폐하고 팍팍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것이 풍족하고 여유롭고 안락하다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어떤 세력이 권력을 잡든 국민들로선 관심권 밖의 일일 것이다. 하지만 각 후보 진영에서 정책 공약을 마구 쏟아내는 모습에서 알 수 있듯 우리 사회에는 정치권력이 해결해주기를 기다리는 숱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런 사회에 속한 국민의 삶은 오죽할까.

그럼에도 이번 대선은, 역대 대선이 그랬듯이, 국민의 기대와 요구를 충족할 정책이 대결하는 선거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안철수씨가 선거 26일 전 후보직을 사퇴할 때까지 야권 후보 단일화가 모든 이슈를 집어 삼켰고, 막판에는 예의 네거티브전이 벌어졌다. 3차례 TV토론이 정책 대결의 장을 여는가 기대를 모았지만 제대로 된 토론은커녕 상대방 흠집 내기, 말실수ㆍ말꼬리 잡기에 급급했다는 인상을 남겼다. 결국 대다수 유권자들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보수ㆍ진보 진영에 대한 자신의 신념이나 온갖 미디어들이 만들어 낸 양 진영에 대한 이미지에 기대어 투표를 할 수밖에 없다. 중도ㆍ부동층은 양 진영의 공방에 혼란스러워 하다 후보에 대한 확신보다는 투표에 대한 도덕적 의무감에 발걸음을 움직이지 않을까 싶다.

이념이나 진영의 논리가 앞서는 선거가 남길 후유증은 정책이 대결했을 때보다 더 심할 수밖에 없다.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높은 우리 사회에서는 특히 그렇다. 그러니 누군가를 지지한다 해서 그에 대해 과도한 기대와 희망을 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니까.

대통령이 되려고 공약을 쏟아내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정책 공약을 현실화하는 실질적 권한은 법령 제ㆍ개정권과 예산 심의ㆍ확정권이 있는 국회에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때문에 새 대통령이 모든 공약을 약속대로 이행하리라, 이행할 수 있으리라 굳게 믿는 것은 소아적이다. 반대로 내가 선택한 후보가 낙선했다 해서 크게 낙담할 것도 없다. 또 한번의 총선과 대선은 다시 돌아올 테니, 그때 다시 표심을 모으면 되니 말이다.

과도한 기쁨과 기대, 낙담을 경계하며 새 리더십의 탄생 과정을 차분히 기다리는 19일이 됐으면 좋겠다.

황상진 부국장 겸 디지털뉴스부장 apri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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