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통령을 뽑는 날이 밝았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한다. 그러나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권력은 투표하는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권력이 국민을 위해 행사되어야 한다고 말하기에 앞서 권력 창출 과정, 즉 투표에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참여해야 한다. 나의 한 표를 하찮게 여기거나 투표장에 가는 수고로 여기면서 국민에게 봉사하는 권력을 기대할 수는 없다.
이번 대선에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 새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거세게 분출했다. 기성 정치에 대한 강한 불신에 기반한 '안철수 현상'이 대선 판을 흔들었다. 안철수 전 후보와 야권후보 단일화를 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물론이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도 정치 쇄신을 소리 높여 외치지 않을 수 없었던 배경이다. 두 후보는 구태정치와 단절하고 새 정치를 하겠다며 네거티브 자제와 정책 선거를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박-문 후보간 판세가 오차범위 내 박빙 형세를 이루자 그런 약속은 온데간데 없고 네거티브와 흑색선전 공세가 기승을 부렸다. 국정원 여직원의 선거개입 의혹과 새누리당의 SNS불법 선거운동 논란을 둘러싸고 극심한 비방전이 벌어졌고, 인터넷과 SNS 상에는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했다. 대선후보 TV토론은 기계적 형평에 치우쳐 유권자들에게 후보들의 정책과 역량을 제대로 검증하는 기회가 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 실망하고 혼란을 느낀 유권자들이 투표를 외면해버리지 않을까 우려가 앞선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유권자들의 준엄한 심판이 필요하다. 승리에만 집착하는 정당의 주장에 휘둘리지 말고 상식으로 판단하면 된다. 국민이 높은 투표율로 강한 정치참여 의지를 보여야만 정치가 달라질 수 있다. 김능환 중앙선거관리위원장도 어제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민이 투표하지 않으면 대통령 직선제는 아무런 의미도 가질 수 없다"며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민주화의 분수령인 1987년 대선 때 89.2%에 이르렀던 투표율이 2007년 대선에는 63.0%까지 떨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SNS 영향 등으로 흔들리고 있는 대의민주주의에 투표율 저하는 심각한 위기다. 정파의 유ㆍ불리를 떠나 투표율을 높이는 제도적 보완이 급한 이유다. 투표시간 연장은 이번에 너무 촉박하게 제기돼 무산됐지만 적극 검토해야 한다. 임시공휴일임에도 투표 참여가 힘든 사업장의 경우 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노동자들의 투표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보다 많은 국민의 투표 참여가 우리의 삶과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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