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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12 대구∙경북 이슈&인물 <2>배익기 훈민정음 해례 상주본 소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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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12 대구∙경북 이슈&인물 <2>배익기 훈민정음 해례 상주본 소지자

입력
2012.12.1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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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경북 상주에서 첫 선을 보인 뒤 자취를 감춘 '훈민정음 해례 상주본(이하 상주본)'. 그 훈민정음이 빛을 보는가 했더니 더더욱 행방이 묘연해졌다. 소유권을 두고 민사재판에서 패소하고,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던 상주본 소지자인 배익기(49ㆍ사진)씨. 그가 지난 8월 항소심 선고 전 재판부에 밝힌 기증의사를 전면 부인하기 때문이다. 값을 매길 수 없는 귀중한 보물이라고 해 무가지보(無價之寶)라고 하고, 거래가 된다면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훈민정음 해례본. 2008년 여름에 모습을 드러낸 뒤 2010년 초 민사소송과 함께 자취를 감춘 훈민정음은 어디에 있을까. 안전하게 잘 있을까.

소지자 "기증약속 사실 없다"

경북 상주시 낙동면 구잠리 한 허름한 농가에서 만난 배씨는 아직도 멍한 모습이었다.더부룩한 수염과 긴 머리의 그는 아직도 잔뜩 위축된 모습이었다. 송사가 완전 마무리될 때까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오랜 송사와 징역살이 탓인지 그는 대화 도중 수시로 한숨을 쉬었다.

배씨는 훈민정음을 훔친 혐의(문화재보호법위반)로 1심에서 징역 10년,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검찰의 상고로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그는 기증 여부에 대해 단호한 목소리로 "기증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법적소유권자의 국가기증은 물론, 자신이 항소심 재판 법정에서 한 약속도 전면 부인한 것.

우선 지난 5월 문화재청이 '훈민정음 해례본(상주본) 소유권 일체 국가에 기증'이라고 발표한 데 대해 기증식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진짜 소유자가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동안 문화재청은 상주본 소유권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과 기증식을 가졌다"며 "정작 소유자는 기증한다는 말조차 꺼낸 적이 없는데 제3자들끼리 기증 운운한 것은 코미디"라고 비난했다. 당시 조용훈(67ㆍ경북 상주시 복룡동)씨는 민사재판에서 이겨 법적 소유권은 확보했지만 배씨가 실물을 감춰 내 놓지 않는 바람에 서류상 기증식만 했다.

이와 함께 그는 최근 "상주본과 관계없는 제3자가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억울한 옥살이를 했고, 대법원 판결이 난 다음 향후 처리에 대해 고심하겠다"며 법정에서의 기증 의사를 밝힌 것도 부인했다. 지난 8월 배씨는 형사재판 항소심에서 선고 전 재판장이 "항소심재판 결과와 상관 없이 국민 모두 보게끔 국가에 기증할 의사가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기증의사가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국가에 보관을 위탁하되 최종적으로 기부 여부는 개인적으로 생각 중이다"며 일단 숨겨둔 상주본 실물을 국가에 전달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검찰은 이날 1심과 같이 징역 15년형을 구형했고, 배씨는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9월 7일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상주본의 소유권이 누구에 있는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배씨가 무죄 선고 이후에도 훈민정음을 공개하지 않음에 따라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외밀반출설도 나돈다. 하지만 배씨는 "잘 (보관돼) 있다. 훼손되지 않았다. 해외밀반출이니 거래니 하는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 모든 것이 마무리되면 국민들 앞에 온전히 공개하겠다"고 반박했다.

'무죄' 확정돼도 소유권 불씨 여전

고법에서 무죄 선고가 난 배씨에 대핸 형사재판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 되더라도 배씨가 훈민정음의 소유권을 자동으로 확보할 수 없다.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민사재판에서 재심을 해야 하는데, 단순히 형사 무죄 확정이 재심사유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 법조계에서는 배씨가 재심을 받기 위해서는 그 동안 재판 과정에서 훈민정음의 소유권이 조씨에게 있다는 판결이 나오게 한 각종 증언이 위증임을 입증해야 한다. 수사를 통해 배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증인들을 법정에 세워 유죄판결을 받아 내야 재심이 가능하다. 이런 절차에 걸리는 기간은 최소한 수년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지리한 법정다툼… 결국 빈손

상주본을 둘러싼 송사는 배씨가 2008년 7월 말 훈민정음을 "고택을 수리하다 발견했다"며 공개한 직후 골동품상인 조씨가 "배씨가 다른 고서 30만원 어치를 구입하면서 내 가게 나무궤짝 위에 놓여 있던 훈민정음을 함께 가져간 것"이라고 고소하면서 점화됐다.

고소와 맞고소 공방 끝에 배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함으로써 일단락 되는 듯 했으나 조씨가 2010년2월 물품인도청구소송을 제기, 지난해 6월 대법원이 조씨의 손을 들어 주면서 재점화했다.

민사재판 이후 무혐의 처분했던 검찰은 문화재청 고발에 따라 재수사에 나서 지난해 9월 배씨를 구속기소했고 지난 2월 1심 재판에서 징역 10년이 선고됐지만 9월7일 대구고등법원에서 '무죄'라는 반전드라마가 펼쳐졌다.

김용태기자 kr88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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