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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전집 오류 바로잡아 한국학·다산학의 새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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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전집 오류 바로잡아 한국학·다산학의 새 이정표

입력
2012.12.18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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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 정약용(1762~1836)의 방대한 저술을 한데 모은 가 출간 74년 만에 로 새로 나왔다. 다산학술문화재단이 10여 년 작업 끝에 총 37권으로 펴냈다. 탄생 250주년인 올해, 한국인으로는 처음 유네스코의 세계기념인물로 꼽힌 다산의 영전에 후학들이 올리는 마땅한 경의이자 다산학 연구의 정확한 토대를 마련하는 획기적 출판물이다. 여유당은 경기 남양주 능내리에 있는 다산 생가의 당호이다.

일제강점기인 1934~38년 154권 76책으로 신조선사에서 나온 는 필사본으로 전해 오던 다산의 저술을 등 대표작부터 시까지 총망라해 활자로 찍은 최초의 전집이다. 다산의 외현손 김성진이 편집하고 국학자 정인보 안재홍이 교열한 이 전집이 나옴으로써 비로소 다산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금까지 이를 저본으로 해서 나온 학술 논문이 2,000여편, 석ㆍ박사 논문이 300여편, 연구 저서가 100여권에 이른다. 그러나 이 전집은 오ㆍ탈자가 많고 다산의 글이 아닌 것이 실리거나 같이 잘 알려진 저술이 빠지는 등 오류가 많아서 정확한 텍스트를 만드는 것이 숙제였다.

이번 전집은 신조선사본의 오류를 바로잡아 가장 믿을 만한 판본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말 그대로 '정본'이다. 여러 이본을 비교해서 정확한 텍스트를 만드는 교감(校勘)작업으로 정확성을 높였다. 이를 위해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300종이 넘는 필사본을 일일이 대조하고 검토했다. 다산의 정확한 얼굴을 보여주는 판본이라는 점에서, 번역과 연구의 질적 수준을 크게 높일 기념비적 출판물이다.

한자 원문의 독해를 돕기 위해 띄어쓰기 등을 표시하는 표점(標點)작업을 한 것도 이번 전집의 가치를 높인다. 기본적인 마침표와 쉼표 외에 인명ㆍ지명 등 고유명사 표기, 인용문과 대화 등을 나타내기 위해 총 13개의 부호를 사용했다. 어디서 끊어 읽느냐에 따라 띄어쓰기 한 군데만 달라도 뜻이 바뀌는 것이 한문이니, 표점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는 다산과 다산학을 연구해 온 국내 학계 역량의 총화이기도 하다. 한문학의 대가인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편집운영위원장을 맡아 총지휘하고, 이우성 성균관대 명예교수, 김태영 경희대 명예교수, 금장태 서울대 명예교수 등 내로라 하는 학자와 연구자 50여명이 참여했다. 철학ㆍ정치ㆍ경제ㆍ문학ㆍ과학 등 다방면에 걸친 다산의 방대한 저술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10개 분야로 나눠 편찬을 진행했다.

다산학술문화재단이 정본화에 착수한 것은 2001년. 전문 연구자를 모으고 편찬에 필요한 연구비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다가 교육부가 지원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주관하는 국학진흥사업단의 지원을 받게 되면서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21일 출판기념회를 열어 10년 사업의 완성을 축하한다.

위당 정인보는 "다산의 평생 저술은 조선의 내(內)와 표(表)가 다산의 눈을 통해서 비로소 그 진형(眞形ㆍ참모습)이 나타난 것이니, 근세 조선을 알려면 다산의 저술을 읽으라"고 했다. 송재소 교수는 "는 한국학의 보고(寶庫)"라며 "의 출간은 한국학의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라고 말한다.

다산학술문화재단은 를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외국 학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독자가 오류를 지적하면 바로잡아 더 완벽한 정본을 만들기 위해서다.

오미환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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