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중요한 시기에 바닥을 치고 있다."
민주노총의 잇단 악재로 노동계 안팎에서 안타까움과 원망 섞인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위원장 등 임원선거를 2013년부터 직선제로 바꾸는 안을 놓고 계파간 갈등이 격화돼 지난달 김영훈 전 위원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10월30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직선제를 2016년까지 유예하기로 의결했지만, 뒤늦게 위임장 없는 부정투표가 드러나 임시대의원대회가 무효가 됐다. 함께 가결돼 진행 중이던 임원 선거 절차도 중단됐다.
여기에다, 혼란을 수습하고 민주노총을 재정비하려던 백석근 비상대책위원장마저 위원장에 추대된 지 3일 만인 지난 14일 교통사고로 입원, 지도부 공백상태를 맞았다. 백 위원장은 오른쪽 눈 아래 부위가 골절돼 시신경의 이상 여부와 수술 경과에 따라 업무 복귀 여부가 결정된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의 표류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내부갈등을 조정해 직·간선제 등 임원선거 방식을 결정해야 하고, 새로운 선거방식에 의해 위원장을 뽑으려면 최소 몇 달은 소요될 것으로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결국 대선 전 새로운 임원진을 갖춰 선거전에서 노동정책을 부각시키겠다는 계획은 이미 물거품이 됐고, 새 정부 초기까지 이 같은 공백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 민주노총 관계자는 "대선과 새 정부 출범을 맞아 노동 문제를 정책으로 만들어 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민주노총이 아무것도 못 하고 있어 너무 답답하다"며 "바닥을 치다 치다 이제는 아예 땅을 파고 들어가는 격"이라고 하소연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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