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천왕 꿇어."
다비드 페레르(스페인ㆍ랭킹5위)가 올 시즌 남자프로테니스(ATP) 단식 우승컵을 가장 많이 손에 넣고 생애 최고의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됐다.
ATP는 17일 홈페이지를 통해 2012 시즌 남자테니스를 총 결산하면서 페레르가 프로 데뷔 12년 만에 최고의 한 해를 맞이했다고 평가했다.
올해 30세인 페레르는 그 동안 성실함을 무기로 매 대회마다 꾸준히 우승 후보에는 이름을 오르내렸지만 실제 우승컵과는 거리가 멀었다. 페레르는 2000년 프로에 입문한 이후 챔피언트로피를 적게는 1개, 많아야 3개를 수집하는 데 그쳤다. 그것도 2003~05년까지 무관에 머물렀다. 페레르는 하지만 올 시즌 25개 대회에 출전해 무려 7개의 타이틀을 따내는 롤러코스터 상승세를 만끽했다. 로저 페더러(31ㆍ스위스ㆍ2위), 노박 조코비치(25ㆍ세르비아ㆍ1위), 라파엘 나달(26ㆍ스페인ㆍ4위), 앤디 머레이(25ㆍ영국ㆍ3위) 등 이른바 '4대 천왕'을 따돌리고 단식 최다관왕에 자신의 이름을 올린 것이다.
생애 처음으로 ATP 1000시리즈(BNP 파리바오픈) 우승컵도 차지해 기쁨을 더했다. 페레르는 특히 올 시즌 실내코트에서 16승2패를 기록해 최고의 승률(88.9%)을 거뒀다. 실내 대회우승 트로피도 2개를 보태 이들 4대 천왕을 압도했다. 페레르는 그러나 실외코트에서도 60승13패(82.2%)를 기록해,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에 이어 4위에 자리했다. 하지만 4대 메이저대회 우승컵이 없어 옥의 티로 꼽힌다. 이런 이유로 존재감을 크게 인정받지 못했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페레르가 올해 같은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조만간 메이저대회 정상에도 충분히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1980년대 초중반 호주오픈 단식 챔피언을 지낸 매츠 빌란더(50ㆍ스웨덴)는 "페레르의 서브가 놀랍도록 향상됐다"며 "머리회전이 빠르고 건설적인 플레이를 펼쳤다"고 평했다. 일부에선 페레르에게 더 이상 기술적인 진화를 요구할 필요가 없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진수(50) JSM 대표는 "페레르는 키가 170㎝대 중반에 불과해 테니스 선수론 왜소해 보이지만 빠른 발을 앞세워 상대가 미처 준비도 하기 전에 볼을 찔러 넣는 송곳 샷이 일품"이라고 말했다.
페레르가 '안방'을 차지하고 있는 사이 4대 천왕은 메이저 우승컵을 각자 1개씩 나눠가져 체면을 살렸다. 이들 4대 천왕과 페레르가 합작한 ATP 우승 트로피는 모두 22개다. 페더러와 조코비치, 페레르가 나란히 5개를, 나달과 머레이가 각각 4,3개씩 차지했다.
이중 메이저 우승고지에 17번 오른 페더러의 올 시즌 전적은 71승12패다. 하지만 페레르가 진을 치고 있는 실내를 벗어나 실외로 눈길을 돌리면 60승8패(승률 88.2%)를 기록해 페더러가 수위를 찍었다. 나이 탓에 종종 '지는 해'에 비유되는 페더러에 대해 빌란더는 "내년 시즌에도 페더러가 메이저 우승컵을 추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페더러는 랭킹 10위 이내를 상대로도 12승6패를 보였다.
내년 1월 호주 오픈을 무대로 6개월 만에 무릎 부상을 털고 코트에 복귀할 예정인 나달의 실외코트 전적은 42승6패(87.5%)다. 나달은 이중 클레이 코트에서만 4개의 우승컵을 챙겼다. 지난 6월 윔블던 오픈 2회전에서 충격적인 탈락의 악몽을 꾼 나달은 실내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2년 연속 연말 랭킹 1위 자리를 지킨 조코비치의 실외코트 전적은 70승11패(86.4%). 이중 하드코트에서 50승5패(90.9%)로 단연 으뜸을 달렸다. 전문가들은 "조코비치는 1월 호주오픈 우승 이후 조부상 등 개인적인 문제로 3개 대회에서 잇달아 정상에 오르지 못했지만 시즌 막판 자존심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조코비치는 올 시즌 17개 대회에서 준결승 이상만 15번 올랐다. '톱 10'상대 전적은 24승10패.
2012 런던올림픽과 US오픈 타이틀을 거머쥔 머레이는 53승13패(80.3%)를 보였다. 머레이는 그러나 실내에선 3승3패 반타작에 그쳤다. 하지만 머레이는 올 시즌 타이브레이크 승부에서 17승6패(73.9%)를 기록해 4대 천왕 중에서 승률 1위를 달렸다. 빌란더는 "머레이가 포핸드와 백핸드 슬라이스, 그리고 둘째 서브를 좀 더 날카롭게 가다듬는다면 나머지 3개의 메이저 우승컵도 머지 않아 손에 넣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역대 통산 실내코트 승률은 존 맥켄로(85.3%)와 이반 랜들(82.9%), 지미 코너스(81.7%)가 1,2,3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역 선수론 로저 페더러가 5위(80.3%)에 올라있다.
커리어 통산 실외코트 승률은 라파엘 나달(85.1%), 비외른 보리(83.8%), 로저 페더러(82.1%)순이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