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5시(현지시간) 중국 깐수(甘肅)성 둔황(敦煌) 시내에서 북서쪽으로 100㎞ 정도 떨어진 옥문관(玉門關). 지평선도 까마득한 황토평원과 거친 바람을 뚫고 왕복 2차선 도로도 끊긴 흙길에 갑자기 나타난 실크로드의 거대한 구조물은 2,000년 세월을 말없이 웅변하고 있었다. 동서 24m, 남북 26m, 높이 9.7m의 옥문관에는 북쪽과 서쪽에 문이 하나씩 나있고 안쪽 공간은 비어 있었다. 북문은 타클라마칸 산맥 위쪽의 오아시스 북로, 서문은 남로로 향하는 옥문관을 직접 마주한 경북도 실크로드 프로젝트 팀원들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한국실크로드학회 준비위원장인 정수일(78)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은 "옥문관은 한나라 때 서역국경으로, 경주를 떠난 신라 고승 혜초 스님이 실크로드를 누빈 후 귀국 길에 이곳을 거쳐 장안으로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실크로드 프로젝트'가 실크로드 현지에서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이날 시안(西安)을 떠나 옥문관과 한나라 때 건립한 만리장성을 찾은 프로젝트 팀은 이곳에서 내년 행사 성공을 위한 고사도 조촐하게 지냈다.
다음날인 17일 중국 3대 석굴의 하나인 막고굴(莫高窟)을 찾은 프로젝트 팀은 혜초의 이 발견된 17호굴 등 신라의 흔적을 부지런히 확인했다. 내년 4월 막고굴 일대에서 '혜초 스님과 실크로드'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열기로 한 프로젝트 팀은 이를위해 이날 란저우(蘭州)에 있는 깐수성 정부청사로 날아가 협조를 당부하고 우호협정도 체결키로 했다.
실크로드 팀은 이에 앞서 14일 시안에 있는 산시(陝西)성 간부들을 만나 내년 4월 경북도와 우호협정을 체결하는데 합의하고, 시안총영사관도 방문해 외교 라인에서도 행사 성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또 2007년부터 당왕조때 서역과 문물 왕래가 가장 왕성했던 시장 서시(西市)가 있던 자리에 건립된 '대당서시박물관'도 찾아 경주가 실크로드 육로의 동편 기점인 사실을 재확인했다.
경북도는 내년 둔황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터키 이스탄불 3곳에서 '경주실크로드 국제학술대회'를 열고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3' 행사의 학문적 토대를 다진다.
김남일 경북도 투자유치본부장은 "경주실크로드 프로젝트는 경북이 불을 지피고, 국가가 지속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준호기자 jhjun@hk.co.kr
둔황=글ㆍ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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