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4대 천왕(天王)'으로 불리는 어윤대 KB금융ㆍ이팔성 우리금융ㆍ강만수 산은금융회장과 김승유 하나고 이사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두터운 친분을 바탕으로 빠르게 금융권력 정점에 올랐으나, 최근 MB정부의 레임덕이 가속화하면서 위세가 예전만 못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의 임기는 대부분 차기 정부에까지 이어지지만 벌써부터 MB정권과 함께 운명을 다할 것이라는 전망이 무성하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MB맨' 금융지주 회장들이 야심차게 추진해 온 핵심사업들이 좀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MB정권 막바지에 접어들수록 추진동력을 잃어가는 모양새여서 4대 천왕도 레임덕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이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로 오랜 인연을 맺은 탓에 임명 당시 낙하산 논란이 일었던 어윤대ㆍ이팔성 회장은 "체질 개선을 통해 결과로 승부하겠다"던 취임 직후의 다짐과는 달리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010년 7월 KB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어 회장은 지난해 말 학벌 위주의 편파 인사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올 들어 의욕적으로 밀어붙인 ING생명 인수 건도 일부 사외이사의 반발에 부딪쳐 위기를 맞고 있다. 남은 임기(내년 7월)가 위태롭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MB정부에서 우리금융 민영화를 이끌 적임자로 꼽히며 2008년 6월 취임한 이 회장도 독자 민영화 방안이 금융당국의 반대로 좌초하면서 추진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욱이 이 회장이 직접 챙겼던 하우스푸어 대책인 '트러스트앤드리스백'도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논란 속에 사실상 실패로 끝나 입지가 줄어든 상태다.
'MB 이코노믹스의 브레인' 강만수 회장의 입지도 불안하긴 마찬가지. 지난해 3월 취임한 그는 "세계 50위권 메가뱅크를 만들겠다"며 우리금융 인수에 적극 나섰지만, 특혜 논란에 휩싸이며 정치권, 노동계 등의 반발을 사 야심을 접어야 했다. 산은 민영화의 직전 단계인 기업공개(IPO)를 핵심 과제로 내세우면서도 "원칙적으로 민영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시장에 혼선을 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인 김 이사장은 MB정부에서 3번째 하나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성공한 뒤 올해 3월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물러났다. 10월 하나고 이사장 연임에 성공해 2016년까지 임기를 보장받았지만, 외환은행이 하나고에 출연한 257억원이 은행법 위반이라는 금융당국의 판단에 따라 최대 위기를 맞았다. MB와의 인연으로 4대 천왕에 등극했던 금융지주 수장들이 정권 말 모조리 레임덕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박근혜, 문재인 두 대선 후보가 과거와 달리 임기직 자리를 보장하겠다고 공약했으나, 금융계에서는 MB와의 친분 등에 힘입어 수장에 오른 금융지주 회장은 교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전문성을 갖춘 금융인이 객관적인 인사검증 절차를 통해 선임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이젠 우리 금융업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한 만큼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가 금융지주 회장에 임명되면 시장의 긍정적 반응을 얻기가 어렵다"면서 "정치권 스스로 금융계에 대한 입김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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