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정국에 휘말려 국내 유일 항공기 제작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매각이 또 다시 무산됐다. 이젠 민영화 자체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17일 실시된 KAI 매각을 위한 본 입찰 접수 결과, 현대중공업 한 군데만 입찰서를 제출했다. 또 다른 인수희망업체였던 대한항공은 입찰에 불참했다. 정부소유 기업 매각은 반드시 2개사 이상이 참여(유효경쟁)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이날 입찰은 자동 유찰됐다. 8월말에 이어 두 번째 유찰이다.
당초 KAI인수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대한항공 측은 "실사 결과 KAI 주가수준이 적정하지 않다고 판단해 본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KAI 민영화가 대선을 앞두고 지역쟁점이 된데다, 바로 전날 TV토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모두 민영화 절차 진행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대한항공이 입찰에 불참했을 것이란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TV토론에서 문 후보는 "KAI 매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고 박 후보 역시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의 민영화 절차진행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대주주인 정책금융공사는 "주주협의회에서 (수의계약 진행여부 등을) 추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두 유력 대선후보의 입장을 감안할 때 KAI 민영화는 차기 정부 출범 후 원점에서 재검토되거나 완전 백지화될 공산이 커졌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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