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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대중문화 결산… 기자 방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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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대중문화 결산… 기자 방담

입력
2012.12.17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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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가수 싸이 그리고 K팝K팝의 성공이라 보긴 어려워해외전문가들 사석에선 부정적TV는 추억을 타고20대 시청 줄면서 복고 열풍가요·방송 딱히 구심점 없어한국영화 호황 지속될까극장소유 투자배급사 독과점문화상품보다 유통상품 된 느낌

2012년은 한국 대중문화의 르네상스 시기라 할만하다. 싸이는 노래 한 곡으로 전 세계를 뒤흔들며 전인미답의 길을 걸었고, 김기덕 감독은 세계 3대 국제영화제 중 하나로 꼽히는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한국영화는 1,000만 영화를 두 편이나 배출하며 최초로 연간 1억 명의 관객을 돌파했다. 샴페인을 터트릴 일이다. 그렇지만 우리 대중문화의 화양연화(花樣年華)는 계속 이어질 것인가? 한국일보 문화부 기자들이 올해를 대변하는 키워드 '싸이 신드롬'과 '한국영화관객 1억 돌파'등을 중심으로 대중문화 분야결산을 했다.

싸이 신드롬, K팝 성공 이어지나

고경석(이하 고)=싸이가 한국의 대중음악을 널리 알린 것은 사실이지만 싸이의 성공이 곧 K팝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허정헌(이하 허)=일부분 그렇다고 본다. 남미에는 K팝이 알려지기 시작한 지 5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극소수인데다 소녀 팬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싸이를 통해 K팝에 관심이 없던 30, 40대도 한국의 대중음악을 알게 됐다. 싸이의 성공은 곧 K팝의 성공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듯하다.

이성원(이하 이)=싸이가 아이돌 위주의 K팝과 다르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비슷하지 않나. K팝을 접한 외국인들이 언어는 달라도 춤과 리듬에 열광하면서 소녀시대나 2PM을 따라 하는 것처럼 싸이의 재미있는 춤과 리듬을 좋아하는 것 아닌가. 그렇지만 싸이가 성공했다고 K팝이 함께 성장했다고 보긴 애매한 것 같다.

고=K팝의 성공이라고 하기엔 싸이 개인에 치우쳐 있다. 싸이에 대한 관심이 아직까진 K팝에 대한 직접적인 관심으로 이어지진 않는 것 같다. 싸이의 성공에는 음악에 앞서 뮤직비디오가 엄청나게 큰 역할을 했다. 한국 대중음악의 인지도가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싸이의 성공이 계속 이어지긴 쉽지 않은 일이다. '강남스타일'의 성공에도 선과 후가 있다. 일단 뮤직비디오가 언어의 장벽을 초월해 웃음으로 널리 알려졌고, 그 이후에 방송을 타면서 음악이 알려졌다. 이런 공식이 다른 K팝엔 적용이 되지 않는다. 싸이보다 앞서 몇몇 K팝 그룹들이 미국과 유럽에서 앨범을 냈는데 아직 별다른 반응이 없다. 여전히 서구에서 K팝은 마니아 문화다.

이=싸이가 보아나 원더걸스 등이 해외에서 기반을 닦아 놓은 걸 토대로 성공한 것인지, 그것과는 전혀 다른 토대 위에서 성공한 것인지 모르겠다. 미국에서 성공하려면 싸이의 방식을 따라야 할까.

고=싸이의 성공은 매우 보기 드문 방식으로 이뤄진 것이라 싸이를 따라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을까. 현지의 유력 기획사와 매니저, 작곡가, 프로듀서와 협업하는 게 중요한데 기본적인 인지도가 없는 상태에선 그것만으로 장벽을 넘기는 힘들다. 국내 기획사들도 그것이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란 걸 알기 때문에 무모하게 미국 진출을 시도하진 않는 듯하다.

이=아이돌은 수명이 짧으니까 미국에서 시간을 허비하다가는 아무것도 안 될 수가 있죠. 국내 활동도 힘들어지고.

고=해외 전문가들은 공적인 자리에선 좋은 이야기 위주로 하지만 사석에선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웃기는 캐릭터가 너무 강해서 다음 곡이 '강남스타일'만큼 좋지 않다면 만족시키기 쉽지 않을 것이다. 싸이 개인의 성공으로 축하할 일이지 국가적으로 그 성공을 지속시키려고 안간힘을 쓸 필요는 없지 않나 싶다. 그보다 중요한 건 국내 디지털 음원 시장을 정상화하고 아시아 시장을 지키는 일이다.

TV에선 타임슬립과 복고열풍

허=올해 방송계 이슈는 단연 복고열풍이었다. 지상파 방송에 밀리던 케이블이 복고 코드로 인기 몰이를 시작했다. 단적인 예가 tvN의 '응답하라 1997'이었다. 90년대 아이돌 그룹에 열광했던 '빠순이 문화'와 당시 인기를 끌었던 가요를 중심으로 진한 향수를 자아냈다. SBS '신사의 품격' 주인공들은 '모래시계'의 대사를 읊으며 연호하는 것처럼 추억 장면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고=올해는 가요나 방송이나 국내에선 딱히 구심점이 없었던 것 같다. '응답하라 1997'의 인기는 복고 열풍보다 지상파 TV의 기획력 약화와 케이블 TV의 급성장을 방증한다고 본다. 예능도 유재석과 강호동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기존 인기 예능 프로그램도 주춤했고 새롭게 인기를 끈 프로그램도 찾기 어려웠다.

허=사극에서는 타임슬립(Time slipㆍ시간여행)이 유독 두드러졌다. 기존의 밋밋한 사극에다 판타지를 접목시킴으로써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간접광고(PPL)가 적지 않아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10대, 20대의 TV시청이 줄면서 방송이 더욱 올드해지는 것 같다. 드라마뿐 아니라 예능에서도 나이 든 세대를 겨냥한 아이템들이 많이 나왔다. 온종일 TV에서 추억만 되새김질 하다 끝나는 느낌도 든다.

허=올해 아이돌 시장이 주춤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오히려 뜬 아이돌이 있어 양극화가 더 심해진 듯하다. 현아는 싸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고, 에이핑크 정은지는 '응답하라 1997'에 주연을 맡으면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성형돌'이라는 비호감 캐릭터였던 제국의 아이들 광희는 '정글의 법칙' '스타킹' '우리 결혼했어요' '무릎팍 도사' 등에 고정 출연하며 예능 스타로 떠올랐다.

영화관객 1억 시대, 영화민주화 시급

고=개인적으론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볼 영화가 없어지는 것 같다. 후진 영화가 점점 줄어드는 반면 특출한 영화도 점점 줄어든다. 아래가 깎인 만큼 위도 깎이는 것 같다.

이=관객의 쏠림 현상이 심각한데 올해 한국영화를 본 1억 관객 중 상위 20편에 8,000만명이 몰렸다. 100편이 넘는 한국영화 중 나머지 80여편이 2,000만명을 쪼개서 가져간 셈이다.

고=대기업 배급사를 못 잡으면 개봉도 힘들어졌다.

이=지금은 제작사나 투자배급사보다 극장이 제일 세다더라. 극장을 소유하고 있는 투자배급사들은 극장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많으니까 부담 없이 투자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영화는 문화상품이라기보다 이제 유통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품이 됐다. 요즘 경제 민주화 이야기가 나오면서 영화도 민주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허=데이트하러 극장에 가는 사람들은 무슨 영화를 꼭 보겠다는 게 아니라 시간대 맞는 걸 보게 되죠. 당연히 상영횟수가 잦은 영화들을 보게 되고.

이=그래서 '작은 영화' 만드는 사람들은 멀티플렉스 중 한 개 관은 한 영화를 계속 틀어줬으면 한다는 거다. 요즘 영화계 화두는 투자배급사 영향이 제작사에까지 미쳐 감독을 바꾸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투자배급사가 이젠 조연, 단역, 스태프까지 결정한다고 한다. 촬영이 진행되면 매주 찍은 분량이 투자배급사로 보내진다. 윗선에선 그걸 보고 재촬영을 지시하기도 하는데, 감독 입장에선 그럴 때마다 현장 컨트롤이 힘들어진다고 말한다.

허=영화 산업이 몇몇 대기업에 의해 흐려진다면 정책적으로 잡아 가야 하는 것 아닌가.

고=우리나라 경제가 기본적으로 독과점을 눈감아주면서 발전해온 것처럼 한국영화도 독과점을 인정해주면서 성장한 게 사실이다. 국가가 문화적 철학이 없으니 시장 논리만 갖다 붙인다.

허=한국영화가 내년에도 호황을 누리고 관객을 더 늘릴 수 있을까.

이=우리나라 관객이 1인당 영화 보는 횟수가 3.1회 정도다. 미국 프랑스 호주에 이어 세계 4위 수준으로 꽤 높은데다, 이를 3.5회까지 올리는 데 10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만큼 한국 시장이 포화 상태이고 한계 수치라는 거다. 2007, 2008년처럼 거품이 꺼지는 양상으로 갈지, 1억명 체제를 유지하다 해외 시장으로 발전할지 지금은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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