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핍한 가정 형편에 최근 암 수술까지 받자 갓난아이적부터 키워온 5살 외손녀를 내다버린 외할머니가 경찰에 입건됐다.
17일 인천 남동경찰서에 따르면 인천 만수동에 사는 A(57ㆍ여)씨는 지난 14일 오전 10시쯤 인천고속버스터미널에서 외손녀 B(5)양과 함께 충북 청주행 버스에 올랐다. 청주의 한 재래시장에 도착한 A씨는 B양에게 양말 한 켤레를 사주고"과자를 사오겠다"며 홀로 남겨둔 뒤 인천으로 돌아와 버렸다. 할머니를 기다리며 울고 있던 B양은 시장상인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인근 보호시설에 맡겨졌다. 그러나 B양은 2005년 부모가 이혼하면서 외할머니 손에 키워져 부모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고, 경찰로서는 B양의 신원파악 조차 할 수 없었다.
인천으로 돌아온 A씨는 B양을 버린 당일 밤 사위이자 B양의 이모부에게 전화를 걸어 "손녀를 집 근처 재래시장에서 잃어버렸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모부는 곧바로 경찰에 B양의 실종신고를 했다. A씨의 범행은 B양이 실종된 지 12시간 만에 실종신고가 이뤄졌다는 점을 의심한 경찰이 A씨를 추궁하면서 밝혀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은 아파트 경비원이고 아들은 직업이 없다"며 "가난한 살림에 최근 암 수술까지 받아 손녀를 키울 수가 없어 결국 버리게 됐다"고 울먹였다. 이혼한 B양의 부모는 B양을 외할머니에게 맡기고 양육비도 주지 않은 채 따로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를 영유아 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B양을 이모부에게 인계했다.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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