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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2월 18일] 교육병까지도 보수(保守)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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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2월 18일] 교육병까지도 보수(保守)하려는가

입력
2012.12.1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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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와 함께 서울시 교육감도 함께 뽑는 날이다. 흡사 드라마처럼 전개되는 대통령 선거에 묻혀버린 나머지 교육감 후보들의 면면과 그들이 제시하는 교육공약을 꼼꼼히 챙겨보기가 쉽지만은 않다. 매번 낮은 투표율로 인해 불거진 교육감 선거의 대표성 문제가 이번엔 잠시 사라질 것으로 보여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겨진다. 대선과 함께 치러지기 때문에 높은 참여도 보장되는 셈이니, 서울시민은 이참에 교육감 후보 선출에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 교육감의 권한과 그 역할의 막중함은 널리 알려져 있다.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겠다. 교육관할 지역으로서 수도 서울이 가지는 위상, 그리고 예산규모는 '교육대통령'이라는 수식어가 단지 과장이 아님을 보여준다.

특히 서울시 교육청 정책이 가지는 상징성이라는 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 전체 초ㆍ중등교육에 끼치는 파급력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출사표를 던진 각 후보들이 갖고 있는 우리의 교육현실에 대한 인식은 어떠한가. 교육철학적 관점에서 표방되는 인성교육이나 각종 돌봄 기능에 대해 후보들 간의 공약 차이는 사실 크지 않다. 특히 보수 후보들조차 무상급식이나 혁신학교와 관련해서 그 운영기조를 이어가겠다고 하니, 어떤 의미에서는 서울과 경기도 '진보 교육감'이 닦아놓은 교육제도적인 방안이 검증된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반면 '보수와 진보' 후보들 간에 학생인권에 대한 인식과 고교선택제,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및 외국어고교에 대한 정책적 접근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학생인권은 다분히 인간본성과 훈육 방식에 대한 이해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그렇게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하다. 하지만 학교현장에서의 학생지도의 문제가 구조적으로 입시위주 교육으로부터 기인한다고 본다면, 교육수장으로서 적합한 제도적, 구조적 개혁 복안을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 그럼에도 보수 후보들이 현재의 중등학교의 운영방식을 크게 문제 삼고 있지 않아 놀라울 따름이다.

그들은 교육의 다양성에 대해서만 역설한다. 이론적으로 교육의 다양성이라는 원칙은 옳다. 또한 교육수혜자로서 학부모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도 옳다고 본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환경에서 다양성 원리는 제대로 작동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특수목적고나 자율형 사립고는 특성화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기보다, 사실상 '특성화된 입시교육'을 운영하는 학교들이다.

학부모들이 이러한 학교를 선호하는 것은 자녀의 대입성공을 위해서 불가피한 행동이다. 여기서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과 이른 나이부터 아이들을 입시지옥에서 신음하게 하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는 국가ㆍ사회적으로 병적(病的) 현상이다. 그러할진대 사교육 업체와 밀착했던 교육전문가가 어찌 공교육을 책임질 수 있겠는가. 이렇듯 중병을 앓고 있는 우리의 교육현실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지 않는 것은 교육행정가로서 무책임하다. 이는 교육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만을 주장하는 사회공학(social engineering)의 입장이든가 아니면 입시지옥에 신음하는 아이들에게 마냥 '행복교육'이니 '긍정적 사고'만을 떠들어대는 주술(呪術)에 불과하다.

보수는 합의되고 검증된 전통을 지키는 것이지, 존재하는 악까지 지키는 것은 아니다. 교육병은 현재 우리가 앓고 있는 최대의 악이다. 이를 제거하기 위한 정책적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교육감 후보는 자격이 없다. 공교육을 책임질 수 있으려면 공교육의 본질과 역할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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