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 저녁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참사 현장인 코네티컷주 뉴타운을 방문해 총기폭력 규제에 나설 뜻을 밝혔다. 오바마는 어린이 20명 등 희생자 26명을 기리는 추모기도회 연설에서 "국가가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는 첫 번째 임무에 실패했다"며 "우리는 변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선택은 이런 비극을 종식시키는 것"이라며 "수주 내로 모든 힘을 동원해 학교참사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오바마가 총기참사 추모 현장을 찾아 연설한 것은 네 번째다. 뉴욕타임스는 "앞서 세 차례 추모 연설에서 이처럼 강력한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다"며 달라진 오바마를 평가했다. 이틀 전 백악관 성명에서 참사 재발을 막을 '의미있는 행동'을 강조한 오바마는 이날 연설에서 총기규제 여론확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바마는 "법률이 세계에서 악마를 제거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무대책의 변명이 될 수는 없다"며 "더 이상 정치지도자들이 정치를 이유로 한가로이 앉아 있어선 안 된다"고 의회를 겨냥했다.
오바마의 의회 압박은 총기휴대 권리가 수정헌법 제2조 규정인데다 미국총기협회(NRA)가 공화당의 강력한 지지세력인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초당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총기규제는 가장 최근에 이뤄진 게 60년 전 린든 존슨 정부 시절일 정도로 난제 중의 난제다.
백악관 청원 사이트인 '위 더 피플(We the People)'에는 참사 이후 총기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청원이 10여건 제출될 만큼 비난여론이 쇄도하고 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 등 총기규제에 동참하는 인사들도 늘고 있다. 조지프 칼리파노 전 보건후생교육 장관은 "오바마가 이런 때 의회에 광범위한 규제를 요구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남은 4년 동안 총기규제 기회는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소속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 정보위원장은 내년 1월 새 의회에서 총기규제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공화당과 논의가 본격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총기참사에 주로 사용되는 공격용 무기의 판매 제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총기규제에 반대해온 공화당은 여론의 요구에 침묵하고 있다.
오바마는 이날 어느 때보다 침통한 표정으로 19분 동안 연설을 하면서 14일 백악관 성명 때처럼 눈시울을 다시 붉혔다. 연설 마지막에는 성경구절을 인용해 "천국이 그들의 것이다"면서 희생자 이름을 한 명씩 불렀다. 유족들에게는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고 위로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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