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글은 문제의식이 분명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 학생 나름대로 비교적 구체적인 자료를 활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점수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전체적인 구성이 약간 산만하고 쟁점에 대한 이해가 다소 피상적이라는 점이 단점이다.
왜 그런지 하나씩 짚어보자. 학생의 글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제도의 미비로 인해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제도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찬찬히 뜯어보면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우선 본론 부분이 되는 두 번째 단락을 "복지 예산이 사상 최대"라는 정부의 발표 내용을 인용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부터 문제가 있다. 학생 글의 요지가 복지 혜택이 축소된 것을 비판하는 것인데 복지 예산이 늘었다는 발표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며 인용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지도 않다. 예산은 늘었는데 왜 수급자 수는 줄었는지 분석하며 날카롭게 비판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더욱이 이런 문제는 글의 전반에 걸쳐 계속 나타나고 있다. "정확한 기준을 세워 기초 생활비를 지급하는 취지는 훌륭하지만", "겉으로는 복지 예산을 늘려 선진국처럼 더 나은 복지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나", "진정한 복지 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와 같은 표현들은 우리 사회의 복지 수준에 대한 학생의 피상적인 이해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 정부 발표를 비판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이것이 글의 전체적인 취지와 상충되어 계속 논지를 해치고 있는 것이다.
먼저 복지 금액이 사상 최대라는 정부 발표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각종 자연증가분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오히려 축소된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이 논의로 삼고 있는 기초생활보장 예산안의 경우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기초생활보장의 생계급여 증가분 2,283억원은 최저생계비 인상에 따른 자연증가분이기 때문에 평가할 것이 전혀 없다. 다른 항목을 살펴봐도 해산장제급여와 취약계층의료비지원 등을 빼면 나아진 것이 별로 없거나 오히려 후퇴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학생은 자료를 비판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받아쓰기 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읽는 사람의 공감을 얻는데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쟁점에 대한 이해가 피상적이다 보니 대책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다른 부분은 문제가 없는데 기초생활수급자 수가 줄어든 것이 약간 문제가 되니 제도를 조금 보완하면 된다는 정도에서 멈추고 있다. 물론 학생이 제시한 두 가지 대안은 모두 방향은 옳지만 새로울 것이 없어서 식상하게 느껴진다. 문제의식이나 해결책이 시민단체의 발표나 언론보도를 답습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고 그나마도 피상적으로 접근하고 있어서 논쟁적이지도 않다. 학생 스스로 고민한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 단락은 내용이 혼란스러워 삭제하거나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건복지 예산이 밀린 부채를 갚거나 관련 산업 육성에 투자된다는 말은 사실이지만 그것 때문에 수혜자에게 예산이 돌아가지 못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후자의 경우 주로 첨단의료복합단지 시설 및 장비비 등을 말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학생이 논의로 삼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수 감소와 관련짓는 것은 근거가 빈약하다. 당초 이 예산은 지식경제부와 교육과학기술부 소관이었으나 내년부터 보건복지부 소관이 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마지막 문장은 의미가 매우 모호하기 때문에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복지 선진국의 '실질적인 복지'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이런 제도를 시행하면 복지가 향상되겠지'하는 식의 복지"란 어떤 복지를 말하는 것인지 설명이 필요하다. 학생이야말로 "정부가 '이런 제도를 시행하면 복지가 향상되겠지'하는 식의 복지 정책을 펼치겠지"라고 막연히 추측하는 것 아닌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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