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가 창업 대신 제조업체에 재취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내수 위축이 여전한데다 음식점 등의 자영업자가 많이 늘어 포화상태인 탓이다. 위험 부담이 큰 창업보다는 임금은 낮더라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월급쟁이를 선택하는 셈이다.
17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자영업자는 작년 같은 달보다 3만8,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자영업자가 증가세로 돌아선 작년 8월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7월 19만6,000명까지 확대됐던 자영업자 증가폭은 8월 12만3,000명, 9월 11만1,000명, 10월 4만8,000명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이처럼 자영업자 증가세가 꺾인 건 본격적인 퇴직을 시작한 베이비붐 세대가 창업을 꺼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작년 8월부터 올해 11월까지 50대 이상 자영업자는 월평균 7만5,000명씩 증가했다. 신규 창업자 10명 가운데 6명 꼴이다. 하지만 지난달에는 신규 창업자 10명 가운데 50대 이상은 채 1명도 되지 않았다. 창업에 성공하는 사례가 극히 적은데다 불황이 길어지면서 '적더라도 월급 받는 게 차라리 낫다'는 판단이 늘고 있어서다.
저임금 일자리를 찾고 있다는 은퇴자 김모(58)씨는 "퇴직 직후엔 창업을 염두에 두고 준비했지만,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퇴직금을 지키는 안전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창업 대신 단순 노무직이라도 월급을 주는 일자리를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 기획재정부의 분석에 따르면 종사자 5~9인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50대 취업자가 전년 동월과 비교해 9월 1만9,000명, 10월과 11월 각각 2만8,000명이나 급증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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