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재단 출연금이 은행법에 어긋나는 지 법률에 의뢰했다"(KB금융)
"올 초 200억원을 장학재단에 출연했는데 다음 계획은 없다"(신한금융)
금융 당국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하나고등학교 출연금을 은행법 위반이라고 규정하자 비슷한 방식으로 공익재단에 자금을 지원해온 금융지주들이 혼란에 빠졌다. KB 우리 신한 하나금융 모두 은행이 대주주에게 자산을 무상으로 줄 수 없다고 규정한 은행법 개정안 시행(2009년10월10일) 이후에도 계열사들로부터 모은 자금을 사회공헌 명목으로 재단에 출연했기 때문. 후폭풍을 예상 못한 금융당국은 사태가 커지자 "실태파악이 우선"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 금융지주들이 무더기 징계에 들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최근 올해 KB금융공익재단에 출연한 200억원이 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에게 자산을 무상으로 준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KB금융 관계자는 "재단의 주요 활동이 청년실업 해소(KB굿잡), 어린이 청소년 대상 금융교육 등 사회공헌인데, 운영은 계열사로부터 받은 출연금을 바탕으로 한다"며 "우리도 하나은행이 하나고에 출연한 방식과 비슷해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도 신한장학재단과 우리다문화재단(올해 출범)에 각각 200억원씩 출연했지만 추후 계획은 유보한 상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하나은행이 2009년 은행법 개정안 이후 하나고에 출연한 자금 337억3,400만원이 위법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의 자회사가 된 외환은행이 하나고에 257억원을 출연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바로 출연하는 것은 은행법 위반이므로 하나금융에 배당을 하고 이를 다시 하나고에 출연하는 식으로 변경하라"며 제동을 걸었다.
금융 당국이 이처럼 은행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3년이나 지나서 출연 방법을 문제삼자 금융지주들은 당황해 하면서 한편으로는 사회공헌사업의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법 개정안은 2009년 당시 대기업의 은행 지분 허용 범위를 4%→9%로 늘리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법이 나오면서 대주주를 감시하기 위해 마련된 것인데 엉뚱하게 사회공헌을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며 "이는 서민 지원을 확대하는 사회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일단 실태 파악 후 방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금융지주나 은행의 출연이 위법인지 알 수 없다"며 "각 금융회사들의 사회공헌재단 출연 방법을 파악한 뒤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출연 취지와 시기 등을 검사한 뒤 은행법 위반이라고 결론이 나면 하나은행을 포함해 다른 금융지주들은 과징금이나 벌금 대상이 된다. 사회공헌을 하고도 벌을 받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금융당국이 이런 법의 허점을 미리 살피지 못한 것도 잘못"이라며 "사회공헌에 한해선 예외조항을 두든지 다른 출연 방법을 제시하든지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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