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김진목 선임연구원은 지난 주 배달된 한 장의 사진을 보고 눈시울을 붉혔다. 사진에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어린이들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손에 "Thank you LG 사랑해요"라는 메시지가 들려 있었다.
김 연구원이 아프리카에 다녀 온 것은 약 두 달 전. 그는 올해 LG전자의 각 부문별 대표로 이루어진 주니어보드에서 활동해 왔다. 그러던 중 아프리카에 자원봉사 활동을 하러 떠나는 14명의 대표로 선발됐다. 출발 전 그는 아프리카 문화를 익히기 위해 관련 서적을 읽고 워크숍을 여는 등 따로 공부도 했다. 단체로 병원을 방문해 황열병, A형 간염, 파상풍, 디프테리아, 인플루엔자 등 예방접종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주된 활동은 에티오피아의 수도인 아디스아바바 내 빈민가에 위치한 아디서버안 초등학교에서 어린이 40여명을 대상으로 '주니어 과학교실'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주니어 과학교실은 LG전자가 국내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임직원 재능기부 프로그램. 수업내용은 전력 공급이 좋지 않은 현지 사정을 고려해 자가발전을 이용한 손전등 제작원리를 선정했다. 김 연구원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기 없이 불빛을 내는 '자가발전 손전등' 원리를 교육해 함께 제작한 후에 손전등을 선물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난관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고민 끝에 손전등 제작 방법을 현지언어로 번역해 제작물을 만들고, 과학교실이 열리는 날 어린이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수업 내용도 현지언어로 진행됐다.
또 아디스버안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더욱 아기자기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학교 급식실 벽화 그리기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에티오피아 지도, 바다 속 풍경, 태양계 등 세 가지 테마를 잡고 선정된 시안을 토대로 디자인 채색을 했다. 김 연구원은 "힘을 모아 작업한 결과 반나절 만에 멋진 작품을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에티오피아의 두기데데라 학교를 방문해 책걸상과 축구공 등을 선물하기도 했다.
14명의 LG전자 직원들은 이렇게 총 9박 10일 동안 아프리카에 머물렀다. 그로부터 약 두달이 지난 후 아이들이 스스로 찍은 사진을 받았다. 김 연구원은 "어린이들의 진심 어린 사진을 받고 감동 받았다"며 "어렵지만 밝게 생활하는 아이들을 보며 스스로도 정화가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LG전자가 내세우는 또 하나의 재능 기부는 2010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라이프스 굿(Life's Good) 봉사단'. 임직원이 팀을 이뤄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언어 수학 미술 교육과 장애인의 사회적응훈련 등 전공을 살린 재능 기부를 실천한다. 올 초에는 3기 봉사단이 출범했으며 현재 74개 팀 1,100명이 활동 중이다. 봉사팀에게는 교통비, 활동비, 교재비 등 예산 계획에 따라 최대 100만원까지 지원한다. 3월부터 11월까지 활동을 펼치며, 연말에는 우수 봉사팀 시상도 예정돼 있다.
지난 달 초에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후원 카페 유익한 공간'에서 일일카페 '카페 러브(Café Love)'를 열기도 했다. 회사 내 '사랑 도시락 천사들'과 사진촬영 봉사단 '뷰파인더로 바라본 따뜻한 세상'사내 오케스트라 '찾아가 마음을 나누는 음악회' 등 3개 자원봉사단이 참여했다. 각자의 재능을 살려 음료와 식사 제공을 비롯해 사진 촬영과 오케스트라 공연까지 진행했다. 판매 수익금 전액은 국제아동돕기연합의 탄자니아 어린이 구호활동으로 전달했다.
LG전자 디자이너들의 사회공헌 활동도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7월 초에는 LG전자 디자이너 150여 명이 참여해 경기 과천시 주암체육공원에서 'LG 디자인 스트리트' 공개 행사를 열고 공원의 벤치 40여 개와 분수대 가벽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LG전자 관계자는 "LG디자인 스트리트 활동은 디자이너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에도 디자이너의 특화된 재능을 활용하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