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간 양자 토론 방식으로 진행된 TV토론 분위기는 이전 두 차례와는 확연히 달랐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좌충우돌 식 발언만 부각됐던 이전과 달리 이날은 두 후보가 서로 치열한 난타전을 벌였다. 하지만 대선 사상 처음으로 시도된 양자 토론인데다 후보 간 반론과 재반론 기회가 충분히 주어졌다는 점에서 비교적 밀도 있는 정책 토론이 이뤄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법정 대선 후보 TV 토론이 도입된 1997년 이후 양자 토론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토론에 앞서 사회를 맡은 황상무 KBS기자가 “서로 덕담을 부탁한다”고 말하자, 문 후보는 “박 후보가 평소에 잘 아는 주제이므로 잘하실 것”이라고 말했고 박 후보도 “문 후보도 잘하실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토론에 들어가자마자 두 후보는 불꽃 튀는 설전을 시작했다. 두 후보는 열띤 토론 중간에 “잠깐만요”“그게 아니다” 등의 말을 꺼내면서 상대방의 말을 끊는 등 기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교육 분야 토론에서 박 후보가 문 후보를 향해 전교조와의 연관성을 언급하면서 언쟁이 본격화했다. 박 후보가 “문 후보는 전교조와 긴밀한 유대를 이어갈 것이냐”고 묻자, 문 후보는 “전교조가 불순한 세력이라는 뜻이 내포돼 있는 것 같다. 편가르기 하는 것 아니냐”고 맞받아쳤다. 반값등록금 문제에 대해서도 박 후보가 “참여정부 때 대학 등록금이 폭등했다”고 공격했고, 문 후보는 “사학법을 반대한 건 새누리당”이라고 역공을 취했다.
두 후보 간 설전은 최근 현안이 된 국정원 여직원 사건과 SNS 불법 선거운동 문제가 언급되면서 더욱 치열해졌다. 박 후보는 “문 후보가 국정원 여직원 사태에서 발생한 여성 인권 침해에 대해 한마디 사과도 없다”며 “집주소를 알아내기 위해 성폭행범들이나 쓰는 수법을 썼다”고 맹공을 폈다. 이에 문 후보는 “국정원 여직원은 증거 인멸 의혹을 받고 있는 피의자”라면서 “박 후보가 진행 중인 수사 사건에 개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박 후보는 “2박 3일 간 여직원이 밖에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 인권 침해이며 무죄추정원칙에 위배된 것”이라며 재차 몰아붙이자, 문 후보는 “문을 열어 달라고 요구한 것은 경찰인데 그 분이 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은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여기서 두 후보는 “사건을 덮기 위해 그러는 것이냐. 왜 두둔하느냐”(문 후보) “너무 엉뚱한 말을 한다. 증거를 못 내놓고 있지 않느냐”(박 후보) 등 거친 언사를 주고 받았다.
토론이 과열되자 사회자가 “물 한잔씩 드시고 하시라”고 분위기 전환을 유도했으나 달아오른 분위기는 좀체 식지 않았다. 두 후보는 이어 건강보험 적용 확대나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 등 복지 공약의 세부 재원 조달 방안까지 거론하며 상대 공약의 허점을 파고 들었다. 문 후보는 공약의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며 면도날 검증에 나섰고 박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의 실정을 파고드는 데 주력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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