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구역이 표류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해외자본 및 다국적기업 유치라는 설립목적은 실종된 채 지역이기주의와 정치논리에 밀려 경쟁력 없는 경제자유구역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기존 6개 경제자유구역을 구조조정 하겠다고 수 차례 밝혔던 정부는 오히려 내년 초 충북ㆍ강원 지역에 추가 지정을 검토 중이다. 기존 경제자유구역도 외자유치 난항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출혈경쟁만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지식경제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 김종철 정책기획팀장은 16일 "환경부, 국토해양부 등 관계 부처간 협의가 마무리되면 현재 후보지인 충북ㆍ강원 지역을 내년 1월 말 경제자유구역으로 추가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제자유구역은 세금 감면,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국내외 기업의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경제특구. 지경부는 2003년 인천, 부산ㆍ진해, 광양만권에 이어 2008년 황해, 대구ㆍ경북, 새만금ㆍ군산 등 6개 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했다. 충북, 강원이 추가되면 경제자유구역은 8곳으로 늘어 각 도마다 하나씩 생기는 셈이다.
정부는 10년 전 경제자유구역을 출범시키면서 '동북아 경제허브 육성', '다국적 기업의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총괄본부 유치'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지난해 주(駐)중국 유럽연합상공회의소가 67개 유럽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본부 설치에 가장 매력적인 도시로 중국 상하이가 꼽혔다. 경쟁 상대인 홍콩, 싱가폴이 2,3위에 선정된 반면 한국의 경제자유구역은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외자유치 실적도 부진하다. 올해 외국인 직접투자(FDIㆍ신고액 기준) 실적은 인천을 제외하곤 대부분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 부산ㆍ진해의 FDI 실적은 11월 말 기준 1억4,300만달러로 목표(2억4,000만달러)의 59% 수준이다. 황해 지역은 FDI를 한 건도 받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지난해 황해 개발면적을 71.3%나 축소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올해도 부산ㆍ진해 개발대상지 20곳 중 6곳의 사업이 전면 중단되는 등 각종 투자 및 개발사업이 지지부진 한 상태다.
때문에 2곳의 경제자유구역을 추가 지정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임성훈 건국대 국제무역학과 교수는 "경제자유구역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며 구조조정에 나선 정부가 2곳을 새로 지정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판에 정부가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구ㆍ경북 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도 "지금도 적은 숫자가 아닌데 추가 지정되면 과열경쟁으로 제 살 갉아먹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점산업이 서로 겹치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충북이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신재생에너지, 생명과학기술(BT) 등은 새만금ㆍ군산과 황해 구역에 이미 포함돼 있다. 강원의 첨단소재산업 중심 발전전략도 부산ㆍ진해와 겹친다.
이창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제자유구역을 유치하면 지역경제가 크게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우후죽순 들어선 탓에 지역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경부 김종철 팀장은 "경제자유구역마다 개발 컨셉트가 다르기 때문에 숫자만 갖고 많다, 적다 이야기하긴 힘들다"고 해명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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