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남부 경제도시 호치민에서 남서쪽으로 약 280㎞ 떨어진 끼엔장성(省) 락지아시(市). 지난 11일 찾은 이곳에선 메콩강 지류가 관통하는 곡창지대 사이로 교량 건설이 한창이다. 이른바 '락지아 우회도로 사업'.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이 집행하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재원으로 베트남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GMS(Greater Mekong Subregion) 남부해안도로 건설사업의 핵심 구간이다.
전세계 개발원조(ODA)의 각축장인 베트남에서 EDCF가 한국과 베트남을 연결하는 가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우리 기술 및 자본으로 건설, 보건, 수자원 등의 분야에서 베트남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지면서 우리 업체의 현지 진출을 적극 유도하는 것이다. 11월말 현재 수은이 투입한 EDCF는 총 41개 사업, 14억4,700만달러(한화 1조6,300억원)에 달한다.
베트남의 1인당 GDP는 1,311달러(2011년 기준). 최근 중저(中低)소득국(1인당 GDP가 1,026~4,055달러)으로 발돋움하는 신흥경제개발도상국 가운데 가장 큰 시장으로 꼽힌다. 9,000만명이 넘는 인구에 영토도 한반도의 1.5배에 달한다. 그럼에도 열악한 인프라가 경제성장 및 개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GMS 남부해안도로 건설 프로젝트는 베트남 경제발전을 위한 핵심 사업. 태국 방콕을 출발, 캄보디아를 거쳐 베트남 남부 산업공단인 까마우시를 연결하는 총 연장 924㎞의 9개 도로망을 구축하는 대규모 공사다. 이 건설사업 3개 구간에 우리 정부의 EDCF가 총 2억달러를 유상 원조하고 있다.
락지아 우회도로에 이어 GMS 남부해안 1ㆍ2차 구간도 EDCF의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총 연장 21㎞인 1차 구간은 타이만으로 흐르는 까이론강 등을 횡단하는 도로로 열악한 교통 여건을 대폭 개선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은 차량이나 사람이 이곳을 건너려면 페리 등 선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도로가 완공되면 이 지역 농산물 및 식품가공품의 이동이 육로로 가능해져 시간과 비용 면에서 효율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EDCF의 지원은 현지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락지아 우회도로가 건설됨에 따라 인근에 대규모 공업단지도 조성될 예정이다. 김종기 극동건설 소장은 "교량 건설에만 하루 평균 200명의 인력 창출 효과가 있다"며 "여러 곳의 건설현장을 합하면 최소 연 30만명 안팎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EDCF의 중요성은 우리 기업의 현지 진출에 방점이 찍힌다. 현재 락지아 우회도로는 한신공영 컨소시엄이, GMS 1ㆍ2차 구간 건설은 각각 극동건설과 쌍용건설이 맡고 있다. 내년 7월 착공 예정인 밤콩 사장교 건설사업에도 국내 기업들이 진출한다.
더욱이 베트남은 막대한 인프라 사업을 조만간 민간에도 개방한다는 방침이어서 EDCF를 통해 검증된 우리 기업의 진출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브이 꽝 빙 베트남 국가계획부 장관(MPI)은 "한국은 가장 중요한 원조 공여국 중 하나로 EDCF 지원 사업은 베트남 실정에 적합한 개발 효과를 낳고 있다"며 "향후 개방될 민관협력사업(PPP) 분야에서도 한국으로부터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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