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의 눈' 회화에 적용
혁신적 모더니스트로서 면모
'달리는 말' 등 작품 통해 확인
파리·런던 등 100만관객 동원
아스트룹 피언리 미술관, 잘팔리는 작가들의 향연
눈에띄는 건축, 오슬로의 명물로
노르웨이는 11월부터 오후 3시만 되면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다. 그러나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오슬로의 매력을 발하는 건, 세련된 현대식 건축과 오슬로 중심가 옆으로 보이는 바다, 그리고 미술관이다. 오슬로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관은 뭉크 미술관과 지난 9월 이전ㆍ개관한 아스트룹 피언리(Astrup Fearnley)미술관이다.
지난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억 1990만 달러(약 1,355억원)라는 역대 최고액으로 낙찰돼 화제를 모았던 절규(Scream, 1893)의 화가 에드바르드 뭉크(1863~1944)가 세상을 떠난 곳이 오슬로이다.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1963년 개관한 뭉크미술관에서는 내년 뭉크 탄생 150주년에 앞서 기획전 '모던 아이'(The Modern Eye)가 열리고 있다.
파리, 프랑크푸르트, 런던을 순회전시하면서 100만 관객을 동원한 전시로 새해 2월 17일까지 열린다. '모던 아이'전은 '당신은 뭉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전시다. 우리가 아는 뭉크는 이렇다. 명문가에서 5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지만 결핵으로 떠난 어머니와 누나, 정신질환에 걸린 누이동생 등을 두었던 작가. 죽음과 절망, 불안을 떠올리게 하는 주인공이다. '절규', '절망', '불안' 등 대표작들은 그러한 배경에서 탄생했다. 이번 전시에는 이 작품 외에도 그의 사진과 영상물들이 눈에 띈다. 그는 카메라를 즐겼으며 '카메라의 눈'을 자신의 회화에까지 적용한 혁신적인 모더니스트였다.
1902년 베를린에서 작은 코닥 카메라를 구입한 그는 지금의 우리가 '셀카'를 찍듯 삼각대 없이 팔을 쭉 뻗어 자주 자신을 촬영했다. 그의 그림에서도 이 같은 카메라의 눈을 확인할 수 있다. '달리는 말'(1910~12)은 빠르게 달리는 말의 머리를 과감히 강조하고 주변 인물은 작고 거칠게 표현함으로써 필름 카메라에서의 아웃포커싱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 카메라의 하이앵글(위에서 촬영한 각도)을 본뜬 듯한 '귀가하는 공장 노동자들'(1913~14)은 인물의 머리에 비해 발로 내려갈수록 급격히 작아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의 관심은 이후 영상으로까지 확장되는데, 64세에는 핸드헬드 아마추어 필름 카메라와 프로젝터까지 구입해 친구들과 자동차, 거리 풍경 등을 기록했다. 전시장에서는 그가 직접 촬영한 다수의 사진과 영상을 볼 수 있다. 뭉크 탄생 150주년을 기념한 본격적인 대규모 회고전은 내년 6월 2일~10월 13일 뭉크 미술관과 오슬로에 있는 국립미술관에서 열린다.
지난 9월 이전ㆍ개관한 돛단배 형태의 아스트룹 피언리 미술관은 저명한 이탈리아 건축가 렌조 피아노의 설계로 주목받는 곳이다. 부둣가 산책로 끝자락에 자리한 이곳에서는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목조와 유리가 섞인 멋스러운 건물 속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관객을 반기는 작품은 무라카미 타카시의 '3미터 소녀'. 포르노 배우를 연상케 하는 비현실적으로 풍만한 가슴의 커다란 소녀는 이 미술관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시장에서 '잘 팔리는' 작가들의 향연이라는 것. 제프 쿤스의 '블로우잡', '마이클 잭슨과 버블', 절단된 소와 양을 포름알데히드에 넣은 데미안 허스트의 작업 등 현대미술시장의 현재를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때문에 영혼 없는 미술관이라는 혹평까지 듣고 있지만.
오슬로=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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