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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에서 온 내 친구 이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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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에서 온 내 친구 이레네

입력
2012.12.1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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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우도에는 칠레식 만두 '엠빠나다'를 파는 식당이 있다. 칠레에서 온 이레네(48)는 빚고 손미경(53)씨는 튀기는데, 자매인 양 호흡이 척척 맞는다. 지난해부터 한 지붕 생활을 시작한 두 여인은 어떻게 가족이 된 것일까. KBS 1TV '인간극장'은 17~19일, 21일 아침 7시 50분 4부작에 걸쳐 그 사연을 공개한다.

27년 전 미경씨는 두 딸을 품에 안고 남편과 무작정 이민을 떠났다. 칠레 공용어가 스페인어인지도 모르고 영어사전을 챙길 정도로 준비가 없었으니 당연히 고달팠고 먹고 사느라 아이들 챙길 여력도 없었다. 그 때 가정부이자 유모로 미경씨네를 찾아온 아가씨가 바로 이레네였다. 미경씨의 딸들은 이레네를 '두 번째 엄마'라 부르며 따랐다.

미경씨네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한 번 망하면 몇 달씩 월급이 밀리기도 했지만 이레네는 말없이 제 주머니를 털어 반찬을 사오곤 했다. 그녀는 고용인이 아니라 이미 가족이었다. 그러던 중 미경씨 남편이 간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면서 이레네와는 안타까운 이별을 해야 했다.

미경씨가 이레네의 소식을 접한 것은 1년 여 전. 칠레로 출장을 갔던 둘째 딸에게서 이레네가 남편과 헤어지고 두 딸과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는 가슴 아픈 소식을 들었다. 미경씨는 주저 없이 수화기를 들었다. "이레네, 나랑 같이 한국에서 살래?" 그들은 가족이 됐다.

그러나 행복한 시간은 오래 가지 않았다. 우연한 기회에 받은 건강검진에서 이레네의 심장에 심각한 문제가 발견된 것. 한시라도 빨리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늘 카리스마 넘치는 대장 미경씨마저 눈물을 보이고 만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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