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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열정이 있어 포기할 수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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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열정이 있어 포기할 수 없었어요"

입력
2012.12.1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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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사연이 더 많은 대학생들에게 '가능성'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이 주관한 해외인턴 체험수기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이태호(26ㆍ울산대 식품영양학과 4)씨는 16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일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 는 사실이 증명된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어느 때보다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는 한국의 대학생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소 뒷걸음 치다 쥐 잡은 식으로 대상을 받은 터라 내세울 게 없다"며 인터뷰를 고사하던 그가 마음을 돌린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지난 여름 국제교육원 해외인턴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발돼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플러턴호텔 바에서 바텐더 연수를 거친 그의 수기 제목은 '맛있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싱가포르의 숨겨진 맛과 인턴십, 그리고 감칠맛 나는 사람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렸다. 그는 "단순히 글만이 아니라 동영상과 사진 등을 활용해 편집한 것이 주효했다"며 겸손해했다.

남자로선 드물게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있는 이씨는 2년만 하더라도 화학공학도였다. 첫 전공을 살렸다면 지금쯤 석유, 섬유회사 문을 두드리고 있겠지만, 그의 목표는 지금 180도 바뀌었다. "맥도널드처럼 한국의 글로벌 외식 업체를 만들어 우리 음식을 전세계에 알리는 것"이 꿈이 됐다. 이런 변화에 대해 그는 "가난과 불행이 '촉매'였다"고 했다. 숨기고 싶을법한 가족사도 털어놓았다.

"6년 전이었어요. 군대를 전역했는데 부모님이 이혼한 거에요. 대기업에서 잘나가는 아버진 돈 한푼 주지 않고 어머니와 여동생을 내쫓는 바람에 졸지에 제가 가장이 된 거죠." 집은 월세 단칸방, 하루라도 벌지 않으면 입에 풀칠도 할 수 없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학교도 끝이구나 싶었죠. 하지만 가족을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해야 했고, 제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마냥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게 조선소 공장 일. 월 200만원 남짓 받았다. 현실로부터의 도피 였을까.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났고, 여기서 바리스타, 주류취급, 카지노 겜블링 서비스 자격증 등 외식사업 관련 자격증 5개를 땄다. 귀국한 뒤 식품영양학과로 전과했다. "어머니와 동생은 외국물 좀 먹더니 이상해졌다고 했고, 주변에선 미쳤다고까지 했어요. 하지만 음식에 묘한 매력을 느꼈고 힘들수록 하고 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지치지 않고 계속 갈 수 있을 것 같아 내린 결정이었죠."

남보다 늦게 뛰어든 만큼 더 이를 악물어야 했다. 일주일에 두 번, 고속버스로 울산과 서울을 오가며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에서 푸드스타일리스트 과정을 공부했다. "왕복 8시간 걸리는 차 안에서 공부 했는데, 좋아하지 않는 일이었다면 불가능했겠죠." 열정은 신기하게도 성과로 연결됐다. 신세계백화점에서 열린 테이블 전시 공모전 1위, 중소기업청 벤처창업 경진대회 입상, TV드라마 '신들의 만찬' 푸드팀 인턴, 울산대와 식품의약품안전청 프로젝트인 '저(低)염식 연구' 참여 등에 이어 외식기업 정부 해외인턴자리까지 꿰찼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벌어진 믿기 어려운 그의 성과다.

"우리의 음식문화가 경제대국이나 IT 강국에 걸맞을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조금만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면 해결될 문제 입니다. Impossible(불가능)에서도 작은 점 하나 붙이면 I'm possible(가능하다)이 되는 것처럼요."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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