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쿠르 이후 저희를 향한 기대감이 커졌겠죠. 하지만 거기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도 잘 알아요."
'한국인 최초'의 타이틀을 얻고 귀국한 그들은 담담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27)ㆍ김영욱(23)씨, 첼리스트 문웅휘(24)씨와 비올리스트 이승원(22)씨로 구성된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은 9월 실내악 분야 최고 권위의 독일 ARD 국제음악콩쿠르 현악사중주 부문에서 준우승했다. 3월 하이든 국제 실내악 콩쿠르 3위 입상에 이은 또 한 번의 낭보를 전해준 이들은 불모지나 다름 없는 한국 실내악의 역사를 새로 쓴 셈이다. 지난해 독일 뮌헨 국립 음대에 나란히 진학해 유럽에서 활동 중인 이 팀이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정기 연주회를 갖는다. 14일 만난 이들은 "우리가 수상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참가팀이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국팀이 실내악 콩쿠르에서 입상한 적이 없었는데 심지어 ARD 준우승이라고 하니 주변에서 더 기뻐해주셨죠."(문씨) "결선 진출만으로도 '대박'이었는데…."(김재영씨)
하지만 '실내악의 개척자'를 자처하는 이들은 어느새 들떴던 마음은 뒤로한 채 공연 준비에 한창이다. 레퍼토리는 겨울의 계절감을 살려 시벨리우스, 쇼스타코비치 등 북유럽 작곡가들의 작품으로 정했다. 2007년 실내악의 매력에 빠져 팀을 결성할 때부터 세계 무대를 염두에 뒀던 이들에게 콩쿠르 입상은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현악사중주는 작곡가가 모든 걸 쏟아부은 긴 대곡인 경우가 많아요. 웅장한 메시지의 교향곡과 달리 음악가의 내면적 이야기도 많이 담기고. 그래서 한 곡씩 차례로 접하다 보면 매력에서 헤어나기 어렵죠."(김재영씨)
"실내악 중에서도 삼중주, 오중주보다 현악사중주는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음악이라고 생각해요."(이씨)
"그 완벽한 균형의 소리를 무대에서 찾아냈을 때는 전율이 느껴지죠."(김영욱씨)
벌써 현악사중주단 활동 6년차. 여전히 실내악의 주목도가 낮은 국내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저희가 입상하니 '솔리스트의 길이 힘들어 실내악에 관심 가져 보겠다'는 후배들이 있더군요. 4명이 연주하니 책임도 25%만 지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아직 많은 듯해요."(문씨)
1월 뉴욕 카네기홀 데뷔 연주 무대를 비롯해 내년에도 분주한 일정이 예정된 노부스 콰르텟은 "평생 함께하며 후배들에게 실내악의 좋은 선례를 남기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개성 강한 연주자들이 과연 갈등 없이 끝까지 팀으로 남을 수 있을까.
"사소한 싸움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고 가족과 헤어지나요? 우리는 그런 관계예요."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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