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희(26ㆍ거인체육관)가 세계 여자 복싱의 역사를 새로 썼다.
김주희는 15일 모교인 서울 영등포여고에서 열린 라이트플라이급 8대 기구 통합 타이틀 매치(10라운드)에서 도전자 프로이나파 세커른구릉(22·태국)을 맞아 10라운드 TKO승을 거뒀다. 김주희는 지난 3월 국내에서 열린 경기에서 6라운드 1분5초 만에 TKO로 승리를 거둔 뒤 9개월 만의 리턴 매치에서 또다시 승리를 거뒀다.
김주희는 이번 승리로 여자국제복싱협회(WIBA), 여자국제복싱연맹(WIBF), 세계복싱연합(GBU), 세계복싱연맹(WBF), 여자국제복싱평의회(WIBC), 국제복싱평의회(UBC), 챔피언오브디그니티협회(CODA) 타이틀에 이어 세계프로복싱연맹(WBPF) 챔피언 벨트를 새로 얻으며 8대 기구 통합 챔피언에 등극했다. 세계 여자 복싱계에서 한 선수가 같은 체급의 8대 기구 타이틀을 석권한 것은 김주희가 처음이다. 김주희는 이날 승리로 통산 전적 20전18승(8KO)1무1패를 기록했다.
김주희는 경기 내내 강력한 왼손 스트레이트를 앞세워 상대를 압박했다. 소나기 펀치를 허용한 세커른구릉은 경기 후반 김주희를 껴안기 바빴고, 결국 10라운드 1분여가 지났을 때 심판은 김주희의 TKO승을 선언했다.
김주희가 이번 경기를 치르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는 2004년과 2007년에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타이틀을 반납해야 했던 아픔이 있다. 이번에도 경기를 하지 못할 뻔 했지만 지난 10월 익명의 기업이 타이틀전 비용 1억5,000만원을 후원해 가까스로 경기가 성사됐다.
그는 경기 후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 드린다"면서 "경기 후반 KO승을 노렸는데 상대가 소극적으로 나와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주희는 이어 "내년 5월 세계 복싱의 성지인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문호 거인체육관장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 한인 사회를 통해 시합이 주선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정 경기를 가는 것은 처음인데 챔피언이라고 해서 자만하지 않고 도전자의 정신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기장에는 영화감독 이장호씨가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이 감독은 김주희의 실화를 다룬 영화를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