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이 또 대형참사를 불렀다. 14일 저녁 울산 앞바다에서 방파제공사를 하던 작업선이 침몰해 7명이 목숨을 잃고, 5명이 실종됐다. 사고 선박 석정36호는 높이 80㎙의 대형설비를 탑재하고 해저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항타선(DCM)이다. 육지도 아닌, 파도가 출렁이는 바다 위에서 작업을 하는 만큼 안전에 더욱 철저해야 했다. 그러나 석정36호는 이날 풍랑주의보가 예보돼 있었는데도 철수를 서두르지 않았다. 결국 파도가 2.5㎙나 높아진 다음에야 안전해역으로 이동하려다 하늘로 솟은 대형 파이프가 부러지면서 선박을 덮쳤다. 피항에 필요한 인원만 남기고 선원과 근로자들만이라도 미리 대피시켰다면 인명피해는 줄일 수 있었다.
기상악화가 아니더라도 이 배는 언제든 사고위험성을 안고 있었다. 작업의 효율성만 생각해 원래 3개인 타설 파이프에 2개를 추가로 설치해 얹었다. 한 개 무게가 무려 500톤임을 감안하면 2,600톤급 작업선이 감당할 수 있는 하중이 아니었다. 파도나 바람에 조금만 흔들려도 무게를 이기지 못하게 되고, 파이프가 넘어지면서 전복될 위험이 높았다. 자주 일어나는 차량탑재 크레인 전복사고도 마찬가지다.
이런 인재(人災)가 터질 때마다 당국은 사후약방문으로 안전조치 미흡과 불법개조를 조사하는 등 요란을 떤다. 그러나 잠시 뿐이다.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안전불감증을 차단하지 않는 한 땅과 바다, 하늘 어디서나 대형사고는 다시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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