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다케시마(竹島ㆍ독도의 일본식 명칭)의 날'의 격상, 교과서 근린제국 조항의 수정, 자위대의 국방군 전환…
자민당은 총선 과정에서 우익 공약을 쏟아냈다. 정권을 인수하고 차기 총리에 오를 것이 유력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의 정치 성향이 고스란히 담긴 이들 공약을 실제 이행할 경우 한국과 중국 등 주변 국가와 일본의 관계는 더욱 악화하고 동북아의 긴장도 한층 심화할 것이 확실하다.
아베 총재가 한국을 직접적으로 자극할 첫번째 시나리오는 야스쿠니(靖国) 신사 참배의 강행이다.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들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는 현직 총리로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등 극히 일부만 참배했고 그때마다 한일관계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아베 총재는 최근 "과거 총리 재직 시절 야스쿠니를 참배하지 못한 것이 통한의 극치"라고 언급, 재집권시 참배 의향을 드러내면서도 "한일 관계와 중일 관계를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밝혀 참배를 전략적 카드로 활용할 뜻을 비쳤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의 계기가 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도 자민당은 강경 태도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재는 최근 TV토론에서 일본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와 관련해 "사기꾼이 쓴 책을 일본이 보도한 것"이라며 수정 의사를 밝혔고 지난 달 일본 극우파 인사들이 미국 신문에 실은 일본군 강제동원은 없었다는 내용의 왜곡광고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주변국을 고려하지 않는 교과서 검정제도를 도입하고 독도와 센카쿠 등 영토문제에 강경 태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한중일 3국의 정권 교체와 맞물려 동아시아에 극도의 긴장관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정권은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일본이 다시는 주변국을 침략하지 않겠다며 스스로 마련한 빗장도 열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물론 군대 보유와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헌법 9조를 개정할 경우 대내외 반발이 거셀 것을 우려, 우회전략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동맹국이 공격받을 때 자국이 침략당한 것으로 간주, 공격할 권리를 행사하는 집단적 자위권을 둘러싼 헌법해석 변경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위대의 명칭을 국방군으로 변경해 명실상부한 군대를 보유한 국가라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천명하고 이를 위해 교전규칙을 마련하는 등 사실상 무장강화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각에는 아베 총재가 총선 승리를 발판으로 헌법 9조 개정에 직접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총선에 출마한 자민당 소속 후보 90%가 헌법 개정에 찬성한데다 진보 성향의 민주당 후보도 절반 이상이 동조하고 있어 아베 총재가 개헌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는 지난 달 방일한 윌리엄 번스 미국 국무부 부장관에게 집단적 자위권 재해석 등 일본의 무장화 의사를 전달했으며 취임 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긍정적 답변을 얻어낼 계획이다.
일본의 한 외교 관계자는 "아베 총재의 우익 일색 공약이 미국에게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대미외교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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