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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2월 17일] 댓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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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2월 17일] 댓글 전쟁

입력
2012.12.1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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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장거리로켓을 쏜 당일, 인터넷에 오른 관련뉴스의 댓글들을 훑어봤다.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감을 잡는데 참고하기 위해서였다. 이것만큼은 워낙 심각한 사안이어서 '혹시'했으나 이번에도 '역시나'였다. 처음엔 나름 북한의 의도와 의미 등을 짧게나마 분석한 글들이 적지 않아 반가웠으나, 시간이 갈수록 난장판이 돼가는 양상은 어김없었다. 난데없는 대선후보 지지자간 싸움에 지역감정까지 얽혔다. 표현수단은 물론, 태반이 욕설과 조롱이었다.

■ 같은 날 관련기사들에 달린 코멘트(우리의 댓글)들은 달랐다. 북한 로켓 성능분석, 일본 우경화 전망, 중국의 예상행보, 북한 컨트롤 방식 등의 논의가 덧글과 덧글로 이어졌다. 진지한 댓글문화를 가능케 하는 가장 큰 요인은 언론사가 부적절한 글들을 사전에 걸러내는 기능이다. 경우도 댓글 가이드라인을 통해 비방, 증오, 위협, 명예훼손 등을 금하고 이 기준에 위반하면 동의 없이 삭제할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 분별 없는 우리의 댓글문화가 결국 사고를 쳤다. 국가기관, 정당이 속칭 '알바'들을 고용, 조직적으로 댓글달기에 나섰다는 주장과 반박이 선거막판의 주요 현안이 됐다. 그렇지 않아도 댓글 공간에서 생각이 다르면 누구든 속절없이 알바로 몰리게 된 건 오래 전이다. 쌍방 고소고발이 난무하면서 도무지 진위를 가리기 힘든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어차피 며칠 안 남은 선거 전에야 진실이 확인될 리 없으니 그냥 목소리 높이는 놈이 최고다.

■ 인터넷을 포함한 SNS가 숙의민주주의의 기반이 되리란 전망은 접었다. 태반이 익명 뒤에 숨어 감정배설이나 해대는 이들에게 애당초 진지한 논의를 기대하는 것부터 부질없다. 진짜 알바들을 동원했든 아니든, 이런 식으로 양산된 시궁창 댓글들이 무슨 설득력을 가질까. 지금의 댓글문화는 공공 공간을 시정잡배들의 언어로 오염시킴으로써 사회의 전반적 품격을 현저하게 낮추는 역기능이 훨씬 커 보인다. 당장 우리 언론사들부터도 뭔가 개선책을 고민할 때가 됐다.

이준희 논설실장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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