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러시아 인권법 통과에 러시아 보복 법안 추진
미국이 러시아 관리들을 제재하는 인권법안을 통과시키자 러시아가 그에 상응하는 법안 심의를 밀어 붙이는 등 양국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4일 대(對)러시아 인권법안인 마그니츠키 법안에 최종 서명했다. 2008년 고위층 비리를 파헤치다 의문사한 러시아 인권변호사 세르게이 마그니츠키의 이름을 딴 이 법안은 사건에 관련된 러시아 관리와 그 가족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고 그들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사건 당사자 외에 인권 침해에 가담한 다른 러시아 인사들에게도 적용된다.
러시아는 앞서 이 법안이 채택되자 “남의 나라에 도덕 교육을 시키려 든다”며 예민하게 반응했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3일 “왜 (미국) 내부 정치 싸움을 위해 양국 관계를 희생시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대응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다음날 오바마 대통령이 법안에 최종적으로 서명하자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즉시 제1차 독회(심의)에서 마그니츠키 법안에 맞서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세르게이 나리슈킨 하원의장 등이 10일 발의한 이 법안은 러시아인에게 불공정한 선고를 내리거나 근거 없는 수사를 진행하는 등 인권을 침해한 미국인의 러시아 입국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러시아에게 비우호적 인사(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분류된 미국인들의 러시아 내 자산을 동결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법안은 이날 참석한 하원의원 433명 중 431명의 찬성으로 압도적 지지를 얻으며 1차 독회를 통과했다. 법안이 하원에서 채택되려면 세 차례 독회를 거쳐야 한다. 로이터통신은 법안이 올해 안에 푸틴의 서명을 거쳐 발효될 것으로 예상했다.
마그니츠키 법안은 냉전시절 미국의 러시아 무역 제한법인 잭슨∙베닉수정안이 폐지되면서 채택됐다. 이 때문에 러시아 측은 “미국이 인권을 핑계로 러시아 제재법을 새로운 것으로 대치했다”며 “러-미 관계가 완전히 리셋 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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