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 방화 용의자는 5년 전 서울 잠실 석촌호수 변의 삼전도비(三田渡碑) 훼손범으로 밝혀졌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노 전 대통령 생가에 시너를 뿌려 생가 일부를 태운 혐의(공용건조물 방화)로 백모(44ㆍ기능식품판매업ㆍ경기 수원시 권선구)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백씨는 12일 오전 4시 5분쯤 대구 동구 신용동 노 전 대통령 생가 대청마루 등에 시너 2ℓ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지른 혐의다. 불은 마루바닥 4개 지점과 안방 작은방 문 일부를 그을리고 꺼졌다.
경찰조사 결과 백씨는 지난 11일 0시3분쯤 수원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와 현장을 답사한 뒤 12일 오전 4시 7분쯤 관리자가 없는 사이에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
백씨는 2007년 2월 서울 송파구 사적 제101호 삼전도비(병자호란 때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내려와 청 태종의 막사 앞에서 무릎을 꿇고 절하며 항복한 것을 기념해 청 태종이 세운 치욕의 비석)에 붉은색 래커로 ‘철거 370’이란 문구를 써 넣는 등 비석과 안내판을 수 차례 훼손한 혐의로 징역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전력도 드러났다. 370은 비석을 세운 지 370년이 지난 시점을 의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같은 해 1월에는 경남 함양읍 역사인물공원에서 동학혁명의 원인제공자인 전라도 고부군수 조병갑 선정비 등 비석 40여 개를 망치 등으로 훼손하기도 했다.
백씨는 평소 전직 대통령의 부정축재와 추징금 미납 등에 불만을 품고 1개월 전부터 A4 용지 2장 분량의 ‘노태우를 단죄하며…’라는 메모를 작성해 들고 다니다가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방화현장에 남긴 메모에는 “대통령직을 이용해 국민의 재산을 훔치는 도둑들이 태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생가에 불을 지른다”는 내용을 남겼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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