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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B면/ 지역아동센터는 왜 섬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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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B면/ 지역아동센터는 왜 섬이 되었나

입력
2012.12.1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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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역 아동센터에서 8년간 근무한 교사 A(42)씨는 수 년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인근 B초등학교에 체험학습 협조를 요청하러 찾아갔다 문전박대를 당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공모사업인 체험학습 날이 하필 주말이 아닌 평일인 터라 아이들을 참여시키려면 학교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사정을 채 설명하기도 전에 학교 관계자는 “체험학습을 보냈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책임질 거냐”고 윽박지르며 A씨 내쫓았다. 어렵게 얻은 체험학습 기회도 날려야 했다.

그 후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빈곤ㆍ차상위계층 아동들을 센터에 연결해 줄 것을 요청하거나 센터 프로그램 운영을 설명하고 의논하기 위해 몇 차례 문을 두드렸지만 소용 없었다. 오히려 학교 측은 “방과후 수업에 참여하는 게 우선”이라며 센터 소속 아이들에게 학교에 남아있을 것을 강요하기까지 했다. 방과후 학교 시범학교인 B초등학교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학생들을 학교에 남아 있게 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지역아동센터가 협력의 상대가 아닌 경쟁의 상대이었던 것이다.

나홀로 지역아동센터

국내 지역아동센터는 2012년 6월 기준 4,003곳. 공부방이 지역아동센터로 탈바꿈해 정부지원을 받게 된 2004년(895곳)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다. 규모로만 보면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복지시설 중 가장 많다. 전국의 지역아동센터에서 도움을 받고 있는 아동은 10만7,171명. 보건복지부 기준으로 2012년 방임ㆍ방치돼 있는 아동 97만 명 가운데 10%가 넘는 아동이 지역아동센터 혜택을 받고 있는 셈이다. 겉으로는 대표적인 아동복지기관으로 자리매김한 것 같지만 현실은 사뭇 달랐다.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들은 “지역의 학교나 지자체, 지역사회로부터 외면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 부천시에서 지역아동센터 4곳을 운영하는 재단법인 ‘나눔과 섬김’의 최수희 사무국장은 “아동센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지역사회 내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동과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을 연결하는 창구기능”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빈곤 계층 아동을 1차적으로 관리하는 학교와 이들을 도울 자원을 제공할 지자체, 지역의 후원자와 밀접히 협력해야 하지만 진입 장벽이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가장 큰 이유는 이해 부족이다. 2004년 민간에서 운영하던 공부방을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복지시설로 만든 지 내년이면 10년이 되지만, 여전히 지역아동센터를 아동을 맡아주고 식사를 제공하는 보육시설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경기 부천의 우리배움터 김미숙 센터장은 “지역아동센터는 아동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작은 복지관”이라면서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이곳에 지역사회의 다양한 지원과 협조가 모여 시너지를 내야 하는 데도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역 사회에서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처지지만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7년째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해온 ‘고뢰자 나무를 심는 학교’ 센터장은 “지역아동센터 직원급여는 시회복지시설 종사자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지난해 기준으로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친다”며 “반면 상근자 두 명이 아침부터 밤까지 아동관리에서부터 프로그램 기획, 행정 등 모든 업무를 도맡아야 해 업무강도는 매우 높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 아동 29명을 돌보는 이 지역아동센터의 경우 정부에서 받는 지원비가 매월 370만원. 그 중 20%인 75만원은 반드시 아동을 위한 프로그램 비용으로 쓰도록 규정돼 있다. 나머지 80%로 임대료와 운영비, 인건비를 충당해야 한다. 재원 마련을 위해 각종 공모사업과 후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고 센터장은 “2004년 처음에 책정된 지원금 60만원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전문인력의 급여, 높은 물가수준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제각각인 정부 지원 정책

지역 아동센터가 지역 내 아동복지 허브 구실을 못하고 고립돼 있는 데는 정부의 혼란스러운 돌봄 정책이 한 몫 했다. 보건복지부는 지역아동센터를 지원하고, 여성가족부는 청소년방과후 아카데미 사업을, 교과부는 방과후 교실과 돌봄 교실을 각기 관리, 지원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를 지원하는 사회복지단체 부스러기 사랑나눔회 이경림 대표는 “각 기관이 서로 아동 돌봄 사업 예산을 확보하려고 경쟁하다 보니 아동 한 명을 두고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경쟁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일어나기도 한다”며 “흩어진 돌봄 서비스를 아동과 현장 중심으로 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태수 꽃동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역아동센터가 아동복지의 중심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돌봄 시스템 전반을 정비해야 한다”며 “각 부처별로 흩어진 행정적 재원적 지원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컨트롤 타워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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