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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미사일 기술 왜 북한에 뒤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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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미사일 기술 왜 북한에 뒤지나

입력
2012.12.1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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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위성 분야에서는 세계적이지만 발사체 기술은 북한보다 크게 떨어진다."

우리나라의 장거리 로켓 기술 수준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로켓 추진력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1단 로켓 발사체 기술은 북한보다 10년 안팎 뒤진다는 게 대체적 견해다. 지난 12일 북한은 비행 거리가 1만3,000㎞에 이르는 '은하 3호'를 성공적으로 쏴 올렸지만, 이에 비견될 만한 국내 첫 위성발사체인 나로호는 두 차례 시도 모두 실패로 끝났다. 탄도미사일만 놓고 보면 최대사거리는 고작 300㎞에 불과하다.

이렇게 기술력이 뒤처지는 첫번째 이유는 정치적 제약이다. 1978년 미군으로부터 넘겨받은 탄도미사일 나이키 허큘리스를 모방, 사거리 150㎞의 백곰 개발에 성공하는 등 미사일 개발에 의지도, 능력도 있었다. 하지만 발목을 잡은 것은 한미 미사일 지침이다. 1979년 처음 체결된 이 지침은 한국이 사거리 180㎞, 탄두 중량 500㎏ 이상의 미사일을 만들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이후 지침 개정으로 사거리는 300㎞(2001년), 800㎞(올해 10월)로 늘었다. 권세진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국산 발사체가 단거리에 머문 것은 정치적 이유에서 미사일 개발에 제한을 받아왔던 탓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정부의 오판도 기술 낙후의 이유 중 하나다. 한미 미사일 지침의 제약으로 사실상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손을 놓은 한국은 90년대까지 고체연료 로켓 개발에만 목을 맸다. 액체연료 로켓을 연구해 우주발사체를 개발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군사용으로 즉각 발사가 가능한 고체연료에만 눈을 돌렸다. 선진국들이 개발한 대부분의 우주발사체는 1단 추진체에는 추력이 크고 제어가 용이한 액체연료를, 2·3단에는 순간 추진력이 뛰어난 고체연료를 쓴다. 한국은 98년 북한이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3단형 발사체인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하자 그제서야 뒤늦게 액체연료 로켓 개발에 나섰다. 이게 나로호다.

개발 착수도 늦었지만, 기술 유출 우려로 미국의 협조를 구하지 못하면서 러시아로부터 1단 로켓을 사실상 사들이기로 결정한 것도 패착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조진수 한양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98년 당시 2005년까지 우주 로켓을 만들라는 청와대의 지시에 민감하게 반응한 당국자들이 너무 안이하게 대응했다"며 "1단 추진체만 해외에서 구매하는 방식의 로켓 개발은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나로호는 내년 마지막 3차 발사만 남겨둔 상태다. 조 교수는 "기술 이전도 받지 못한 상태여서 내년에 발사에 성공한다 해도 나로호는 더 이상 만들어질 수 없다"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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