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매입업자들이 작은 보트를 타고 베네수엘라 서남부의 이카바루 강을 건넌다. 배낭에는 작은 저울과 확대경, 그리고 현금이 가득 들어있다. 아마존 수풀이 우거진 강 어귀에 도착한 이들은 물 호스로 흙을 헤치며 광부들이 캐낸 다이아몬드를 저울질한다. 아마존 밀림 한복판, 다이아몬드의 밀거래 장소다.
남미 베네수엘라와 가이아나 국경 인근의 아마존 지역에서 불법 다이아몬드 채굴이 성행하고 있다. 불법 채굴한 다이아몬드는 가이아나로 반입된다. 국제시장에서 베네수엘라산 다이아몬드 원석 거래가 중단됐기 때문에 원산지를 위조하기 위해서다. 원산지를 위조한 다이아몬드는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이스라엘 텔아비브 등 주요 귀금속 시장으로 판매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2003년부터 킴벌리프로세스 인증체계(KPCS)에 따라 다이아몬드를 거래하고 있다. KPCS는 다이아몬드 광산 밀집지역인 남아공의 도시 킴벌리의 이름을 땄다. 아동강제노역과 인권유린을 막고, 분쟁지역의 무기구입 자금원으로 다이아몬드가 거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국제협의체다. KPCS 회원국들은 원석 채굴에서부터 가공, 판매에 이르기까지 KPCS의 인증을 받은 다이아몬드만을 거래할 수 있다. 한국 등 80여개국이 가입돼 있다. 회원국들은 국내법에 이를 명시하고, 이를 어기면 유엔이 제재한다.
하지만 콩고 베네수엘라 짐바브웨 등 일부 회원국들은 불법 다이아몬드 채굴을 묵인하는 것으로 의심받는다. 콩고는 콩고민주공화국 등 다른 지역의 원석을 조달해 2004년 거래가 중단됐고, 베네수엘라는 2008년 노동규약을 위반했다. 불법채굴 광부인 예수 로페즈(45)는 "금, 다이아몬드 채굴로 매주 2,000달러를 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광부 후안 볼로(64)는 "위험하지만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훨씬 수입이 많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의 연간 다이아몬드 채굴량은 30만캐럿 정도로 추산된다. 전세계 다이아몬드 채굴 국가 중 15위권이다. 1위는 러시아로 연간 3,500만캐럿을 채굴한다.
KPCS 의장국인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규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축출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KPCS 설립 멤버였던 캐나다의 무역가 이안 스마일리는 "베네수엘라가 탈퇴하면 다른 회원국들도 연쇄 탈퇴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부패감시 비정부기구인 '글로벌 위트니스'는 "KPCS는 다이아몬드 채굴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유린과 밀수출을 막지 못한다"며 "새 기구를 창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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