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평균수명이 20년 전에 비해 크게 늘어난 반면 질병 발병률은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오래 살되 건강하게 살지 못한다는 뜻이다.
미국 워싱턴대 등이 실시한 '세계질병부담연구 2010'에 따르면 1990년에서 2010년 사이 남성의 기대수명은 62.8세에서 67.5세로, 여성은 68.1세에서 73.3세로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간인 건강수명은 크게 늘지 않았다. 연구 결과 남성은 평생 동안 평균 9.2년 동안 질병을 갖고 살며 여성은 그보다 긴 11.5년 간 병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 건강수명 순위를 보면 일본이 90년에 이어 2010년에도 남녀 모두 건강수명 1위를 차지했다. 한국 남녀는 각각 10위와 2위에 올랐다. 싱가포르와 스위스, 이탈리아도 10위권 안에 들었다. 반대로 건강수명이 낮은 나라에는 부르키나파소, 콩고민주공화국, 차드, 짐바브웨, 라이베리아 등 아프리카 국가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사망 원인도 20년 전과 달라졌다. 폐결핵이나 말라리아 같은 감염성 질환은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고 대신 암,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크게 늘었다. 90년에 비해 2010년 암 사망자는 38% 증가했으며 당뇨병 사망자는 2배로 늘었다. 예방접종 확대로 전염병이 줄어든 반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돼 만성질환이 그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에 참여한 펜실베이니아대의 에제키엘 엠마뉴엘은 "암이나 당뇨병 같은 선진국형 질병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전염병이 줄고 오래 살게 됐다는 뜻"이라며 "어찌 보면 희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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