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라이스(48)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차기 국무장관 후보 리스트에서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지웠다. 라이스는 13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국무장관 후보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라이스는 공화당이 자신에 대해 부당한 비판을 계속해 국무장관에 임명되면 오바마 2기 행정부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편지에 적었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9월 11일 리비아 벵가지 영사관 피습사건과 관련한 라이스의 발언을 문제 삼아 장관 임명 시 인준을 반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오바마는 국무장관이 되지 않겠다는 라이스의 결정을 수용하면서도 유엔 대사 지위는 유지시켰다. 오바마는 성명에서 "라이스가 대사로 그리고 안보팀의 핵심 멤버로 계속 봉직하는 것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며 변치 않는 신뢰를 보냈다. 라이스는 기자회견에서 "국무장관에 임명되면 의회 인준이야 받겠지만 인준에 수 주, 수 개월이 걸려 이민개혁법 등 중요 정책의 처리에 지장이 초래된다"며 "나는 그런 나를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라이스는 나중에 허위로 드러난 중앙정보국(CIA) 보고서에 근거해 벵가지 영사관 피습이 테러가 아니라고 한 것이 낙마로 이어졌다.
1 순위 후보의 사퇴로 차기 국무장관은 라이스의 경쟁자이면서 국방장관 물망에도 올라 있는 민주당 소속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이 유력해졌다. 2004년 민주당 대선 후보인 케리는 기회 있을 때마다 북한에 적극적 개입(대화)을 주장한 정치인이다. 공화당도 케리를 공개 지지했기 때문에 그의 인준에는 문제가 없다. 케리가 국무장관에 임명되면 1997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이후 3대 정부에서 미국 외교 수장을 여성 또는 흑인이 맡는 관행이 17년 만에 끝난다. 빌 클린턴 정부의 올브라이트에 이어 조지 W 부시 정부 때는 조지 파월과 콘돌리사 라이스, 오바마 1기 정부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으로서 미국의 외교를 이끌었다.
국방장관은 초당적 인사 차원에서 척 헤이글 공화당 소속 전 상원의원이 맡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헤이글은 이란 강경책을 반대하고 있어 이스라엘은 거부감을 갖고 있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가 불륜으로 사직하며 공석이 된 CIA 국장에는 마이클 모렐 국장대행과 존 브레넌 백악관 대테러ㆍ국토안보 보좌관이 거론된다. 토머스 도닐런 국가안보 보좌관은 유임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는 이런 내용의 오바마 2기 조각이 이르면 내주 초 발표될 것으로 예상했다.
오바마가 공화당의 뜻대로 라이스 카드를 접은 데 이어 헤이글까지 기용하면 워싱턴에는 오랜만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전망이다.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재정절벽 협상에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라이스의 사의 편지가 공개된 이날 저녁 오바마와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백악관에서 두번째로 만나 재정절벽 문제를 논의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