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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2월 15일] 북한의 봄은 언제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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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2월 15일] 북한의 봄은 언제 올 것인가

입력
2012.12.1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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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진시황은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인물로, 통일후 자신의 품격을 높이기위해 진나라 이전의 6국의 군주가 사용했던 '왕'이라는 칭호에서 새로운 존호로 '황제'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그의 자손이 2세, 3세, 만세까지 중국을 통치하기를 바라면서 신하들의 절대복종을 하기위해 짐(朕), 제(制)라고 낮추는 말을 쓰도록 하였다. 또한 부귀 영화를 누리기 위해 아방궁을 짓고 만리장성을 축조하여 수많은 백성을 죽이고 자신이 사망하면 영혼이 누릴 거대한 능침을 여산에 축조하는 등 혹세무민하였다. 북한의 김일성 주석의 경우도 '위대한 수령', '민족의 태양' 등 온갖 존칭어를 동원하여 그의 이름 뒤에 150가지나 되는 존칭어와 수식어를 붙이도록 하였고, 유일사상 10대 원칙을 만들어 백성을 수족으로 만들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8억9,000만 달러나 들여 외국에서 갖가지 호사스러운 건축자재를 들여다 북한판 아방궁 금수산 궁전을 지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도 이에 질세라 부자가 같이 놀던 원산특각의 대형요트를 장장 2,000km 예인하여 남해를 돌아 아버지 시신 옆에 가져다 놓았다.

진시황이 북방의 흉노의 침입을 막는다는 구실로 만리장성을 쌓은 것과 같이 북한 김씨 일가는 "미제의 침략을 막는다"는 빌미로 온갖 국력을 동원하여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 한반도는 물론 주변국을 위협에 몰아 넣었다.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지 1년이 지난 지금 후계자인 김정은 제1위원장이 외국물을 먹고 성장하여 선대들보다는 좀 더 개방적이며 위민의 정치를 할 것을 기대 했었다. 그러나 나아지기는커녕 더 표독스럽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제 군부까지 숙청 광풍을 일으켜 선대(先代)보다 더 독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여름 군의 실세였던 이영호 총참모장을 숙청하고 민간인 출신 최룡해를 총정치국장으로 임명과 동시에 군 수뇌부 대거 교체와 계급 강등, 국가안전보위부를 중심으로 한 공안통치 강화 등 절대권력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대해 북한 노동당 원로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원칙 없는 인사와 즉흥적 지시에 모여 앉으면 "어린아이(김정은)가 현실을 모르고 설친다"고 불만을 토로 한다는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야심 차게 추진하던 6ㆍ28경제개선조치가 유야무야 된 것도 기득권 박탈을 우려한 원로들과 정치국 위원들의 반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전 북한 고위층 탈북자 전언에 따르면 북한 내부가 기아와 부패가 심화되고 지도부를 비판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으며 이를 단속하는 인민보안성이나 보위부요원도 함께 부화뇌동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만약 이를 단속하려면 북한 인구 2,400만명 모두를 단속해야 할 것이라는 소식 마저 들리고 있다. 최근 김정은 제1위원장이 신변 안전을 위해 "나의 경호를 보장하는 사업에 첫째가는 주의를 돌리라"면서 중무장한 경호병력증강과 함께 중화기무장 지시를 내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대남관계에서도 우리나라의 언론기관을 공격하겠다고 좌표까지 적시한 최후통첩장을 보내면서 총선과 대선기간중에는 집권당, 국가원수 모독 위협도 불사하는 상황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 역시 아버지처럼 핵과 미사일개발로 국력을 탕진하고 인공위성으로 위장한 장거리 미사일실험을 계속 진행하면서 전 세계를 협박하는 양상으로 흐르는 것은 유감이다.

최근 국내외 전문 연구기관자문을 통해 정부가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투입한 추정 비용은 28억~32억달러(3조268억∼3조4,592억원)이다. 이는 옥수수 933만~1,066만톤(톤당 300달러 기준) 을 구매해 모든 북한 주민에게 31~36개월간 공급할 수 있는 분량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유일한 유화책이라면 부인 리설주를 공개하고 팔장을 끼는 모습을 보여 준 것이 전부다. 그러나 이는 개혁개방과 거리가 멀다. 요행이라도 북한의 봄이 오길 기대한다.

송봉선 고려대 북한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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