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생활에서 당연하다고 여기는 시설이나 구조물들이 사회적 약자들에겐 무용지물일 때가 더 많습니다. 이들을 배려한 제품이나 디자인이 시급한 이유이지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과 노인, 환자들에겐 화장실의 세면대도 벅차 존재다. 움직이기도 힘든데 허리를 굽혀야 하는 탓이다. 호서대 산업디자인학과 4학년 구선희(25)씨는 이런 장애인들의 고충을 해결할 이동식 세면대를 고안해낸 주인공이다. '장애인용 세면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단순한 생각이 출발이었다.
구씨는 17일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이 주관하는 제7회 유니버설디자인 시상식에서 이동식 세면대를 디자인한 공로로 대상인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는다. 그는 1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면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품이나 디자인, 시설 등이 크게 부족하다는 걸 알았다"며 "이동식 세면대는 움직임이 불편한 장애인과 노인, 환자 그리고 그들을 돌보는 간병인까지 고려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구씨가 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가진 건 올 초부터다. 같은 과 동기와 함께 장애 아동 미술교육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이들과 교감할 기회를 자연스레 얻었다. "아이들과 티셔츠에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감성을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서 느낀 게 많아요. 장애 때문에 잘 못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편견에 불과했어요."
이때부터 장애인에 대한 '특별한 생각'을 갖게 된 구씨는 한 지인의 병문안을 계기로 이동식 세면대를 디자인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거동이 불편한 분이었는데 씻으러 가는 것도 힘든 판에 화장실에서 구부정한 상태로 세수를 하시더군요. 움직이는 세면대를 구상한 뒤 두 달 동안 직접 장애인들을 찾아가거나 복지관, 병원을 다니면서 사전조사를 했어요. 완성되기까지 꼬박 넉달이 걸렸죠."
이동식 세면대는 바퀴가 달린 물통 위에 샤워기가 딸린 세면대를 얹은 형태다. 움직임이 원활한 장애인이나 노인은 스스로 끌고 밀 수 있다. 아예 움직일 수 없는 특수 환자나 장애인의 간병인, 보호자가 이들을 씻길 수도 있다. 누운 상태에서 씻길 수 있도록 세면대를 떼어 머리 밑에 두면 되는 것이다. 심사를 맡은 김상식 목원대 교수는 "제품의 형태적 측면뿐 아니라 심리적 용도 에서도 접근하기 쉬운 디자인으로, 설계 및 색상 등 표현의 완성도가 매우 높은 작품"이라고 평했다.
구씨는 시각장애인 지팡이도 함께 고안해 출품했다. "지팡이에 네비게이션 기능을 더해 길의 위치와 주변 상황을 말로 전달하는 식으로 디자인했어요. 길을 걷다가 넘어지는 장애인들이 무척 많거든요. 장애아동을 위한 학습도구를 디자인할 구상도 하고 있습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