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주관하는 '희망 2013 나눔 캠페인' 모금액이 어제까지 1,225억 원 접수됐다. 100도를 목표로 하는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는 45.9도로 지난해 이맘때와 비슷하다.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온정의 손길이 식지 않았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기부액의 대부분을 대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마냥 반가워 할 수만은 없다. 모금액 중 90%가 대기업 등 법인의 명의이며,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등 유명한 대기업 7곳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랑의 온도 45.9도 중 개인이 올린 온도는 5도가 채 되지 않는다. 현재까지 모금액만 보면 개인기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0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이다.
며칠 전 익명의 후원자가 서울 명동 구세군 자선냄비에 1억570만원권 수표를 넣었다. 구세군은 이 남성이 지난해 12월 명동 자선냄비에 1억1,000만원짜리 수표를 기부한 '이름없는 천사'와 같은 사람으로 보고 있다. 극심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얼어붙어 있는 국민의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한 모습이다. 나눔 실천은 기부자의 형편이 어려울수록, 온정에 동참하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더욱 아름답고 빛이 나는 법이다.
미국이나 영국 등 기부 선진국에서는 개인 기부가 70% 이상을 차지한다. 반면 우리는 모금액 가운데 '준 조세' 성격의 기업기부가 70%에 가깝다. 나눔 문화가 저변으로 확대되려면 기업이나 단체의 기부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기부가 늘어나야 한다. 일상생활 속에 나눔 문화가 자연스레 스며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생활 속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이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매달 월급에서 소액을 떼어 이웃을 돕는 '직장인 월급 나눔 캠페인'만 해도 현재 540개 기업 13만여명이 동참하고 있다. 국민연금 등 자신이 받는 연금의 일정액을 기부하는 '행복한 연금 나눔 캠페인'과 중소자영업자가 매달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나누는 '착한 가게 캠페인'도 이미 일상 속 아름다운 나눔으로 자리잡고 있다. 어려운 때일수록 조금이라도 이웃과 나누는 마음가짐이 절실한 세밑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