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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애들 밥이나 주는 시설" 냉랭한 시선에 더 '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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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애들 밥이나 주는 시설" 냉랭한 시선에 더 '한기'

입력
2012.12.1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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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역아동센터에서 8년간 근무하며 빈곤층 아동을 돌보는 교사 A(42)씨는 수 년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센터 아동들을 데리고 체험학습으로 견학을 가기 위해 아동들이 다니는 초등학교를 찾아 "수업을 일찍 끝내줄 수 있느냐"고 요청하러 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한 것이다. 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학교 관계자는 "체험학습 갔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책임질 거냐"고 윽박지르며 A씨를 내쫓았다. 지자체에서 비용까지 지원받고도 체험학습 기회를 고스란히 날려야 했다.

이 같은 일은 그 후로도 많았다. 학교가 파악하고 있는 빈곤ㆍ차상위계층 아동들을 알려주면 센터가 돌보겠다고 찾아갔지만 학교 측은 외면했다. 오히려 "학교에서 하는 방과후 수업에 참여하는 게 우선"이라며 센터에 가지 못하도록 하기도 했다. 방과후 학교 시범학교여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학생들을 붙잡아 두려 하는 학교 입장에선 지역아동센터가 협력의 대상이 아닌 경쟁 상대이었던 것이다.

나홀로 지역아동센터

보건복지부가 관리·지원하는 아동복지시설인 지역아동센터는 2012년 6월 기준 4,003곳이 운영 중이다. 공부방이 지역아동센터로 탈바꿈해 정부지원을 받게 된 2004년(895곳)부터 꾸준히 증가했다. 전국 지역아동센터에서 돌봄서비스를 받는 아동은 10만7,171명으로 복지부 추산 97만명의 방임ㆍ방치 아동 중 11%가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겉으로는 드러난 수치와 달리 지역아동센터의 현실은 대표적인 아동복지기관과는 거리가 멀다. 학교나 지자체, 지역사회로부터 외면당하고, 만성적인 예산부족에 허덕이면서 고립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 부천시에서 지역아동센터 4곳을 운영하는 재단법인 나눔과섬김의 최수희 사무국장은 "지역아동센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지역사회 내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동과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을 연결하는 창구 기능인데도, 지자체나 학교는 지역아동센터를 무시하기 십상이어서 도움이 필요한 아동을 발굴하거나 적절한 서비스를 지원하는데 한계가 크다"고 말했다. 경기 부천의 우리배움터 김미숙 센터장도 "지역아동센터는 아동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작은 복지관"이라면서 "센터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의 다양한 지원과 관심이 결집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민간에서 운영하던 공부방을 지역아동센터로 법제화된 지 8년이 됐지만 지자체나 학교 등은 여전히 아이들 밥이나 먹여주는 시설쯤으로만 여기는 탓이다.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7년째 운영 중인 지역아동센터 나무를심는학교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29명을 돌보고 있다. 임대료와 운영비, 인건비 등으로 매월 1,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은 복지부에서 받는 운영비 370만원과 급식비 200여만원, 서대문구에서 나오는 지원비 50여만원으로 6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부족한 약 40%는 정부나 민간 단체의 각종 공모사업에 지원하고, 개인적인 후원비를 받아 충당한다. 고뢰자 센터장은 "상근자 두 명이 아침부터 밤까지 아동관리에서부터 프로그램 기획, 행정 등 모든 업무를 도맡아야 하는데도 급여는 시회복지시설 종사자 중 가장 낮은 수준(평균 월 100여만원)이며, 그나마 월급을 떼어 운영비를 메우는 경우가 빈번하"고 말했다.

제각각인 정부 지원 정책

지역아동센터가 지역 내 아동복지 허브 구실을 못하고 고립돼 있는 데는 정부의 중복되고 혼란스러운 정책이 한 몫 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역아동센터,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방과후 아카데미, 교과부는 방과후 교실과 돌봄 교실을 관리, 지원하는데 돌봄서비스를 연계하고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곳이 딱히 없기 때문이다. 사회복지단체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이경림 대표는 "각 기관이 서로 아동돌봄사업 예산을 확보하려고 경쟁하다 보니 아동 한 명을 두고 경쟁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태수 꽃동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역아동센터가 아동복지의 중심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돌봄 시스템 전반을 정비해야 한다"며 "각 부처별로 흩어진 행정적 재원적 지원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컨트롤 타워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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