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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2월 15일] 어떤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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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2월 15일] 어떤 실험

입력
2012.12.1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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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말이지만, 나는 양성 평등주의자다. 어떤 쪽이 어떤 쪽을 어떤 식으로든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일관된 생각이다.

그런데, 여자 입장에서 살펴보면 일상을 구성하는 순간 중 억울하고 안타까운 때가 제법 있는 것 같다. 이를테면 타고난 신체 구조 상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불편도 그런 것인데, 현재 남자와 여자의 성인을 기준으로 평균 키를 보면 남자는 175센티미터에 육박하고 여자는 160센티미터 정도라고 한다. 물경 15센티미터라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 키가 보여주는 남녀의 신체 구조적 차이는 대중 교통을 이용할 때 여자 쪽에 현저한 불편을 안긴다. 언젠가 나는 이것을 체험하기 위해 작은 시도를 해본 적이 있다. 사람들이 시루 속의 콩나물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는 출근 시간의 지하철 안에서 무릎을 굽혀 176 정도 되는 내 키를 15센티미터 정도 낮춰본 것이다. 그랬더니 곧바로 눈앞을 남자들의 등짝이 가로막으면서 시계가 거의 제로에 가까워 숨이 막혀왔던 것이다.

남자 키로는 머리를 자유롭게 움직이고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지만 여자 키가 되어보니, 그마저도 무척이나 어려운 것이었다. 그 누구도 의도하지 않은, 신체적인 구조에서 발생하는 그런 불편에 대하여 남자들이 마음을 써주는 것만 해도 여자들은 한없이 위로 받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드는 실험이었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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