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전날 참관객들이 발사장에 모인 정황을 포착하고도 발사 임박 징후로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이 북한의 발사 강행 움직임을 알고도 한국에 알려주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13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로켓을 쏘기 하루 전인 11일 저녁 로켓 발사를 참관하려는 고위직들을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고급 승용차 여러 대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으로 들어오는 장면이 위성에 포착됐다. 그러나 우리 정보 당국은 북한의 로켓 발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에도 북한이 참관객이 탄 승용차를 발사장에 세워 놓고 한참 뒤에 로켓을 발사한 적이 있다"며 "언제 쏘겠다는 북한의 결심까지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 정보 당국의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에, 미국과 정보 공유마저 안 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발사 전날 북한이 발사대에서 해체했던 로켓을 다시 설치한 사실을 미국이 파악하고도 한국과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고 복수의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13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무분별하게 (언론 등에) 정보를 유출하는 한국 정부를 제재하겠다는 의도에서 정보 제공에 인색했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사실이라면 한미 정보 공유·협력에 심각한 구멍이 뚫렸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 당국자는 "미국이 갖고 있는 정보는 우리도 모두 공유하고 있었지만 우리 정보자산으로 수집한 고유 정보가 아니기 때문에 공개하지 못한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속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기만전술을 구사한 것은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기습적으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해 그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로켓 발사 시한을 29일로 늦추는 한편 거짓 정보도 흘린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거짓 정보란 북한이 11일 발사대에 로켓을 장착해 놓은 채 자체 통신망을 통해 "분리해 수리하겠다"고 흘린 것을 말한다. 군 당국자는 "우리 군의 긴장을 늦춰 궤도 추적을 위해 서해상에 배치된 이지스 구축함 3척을 철수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북측 동향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면서도 발사가 늦춰지는 쪽에 무게를 둬, 결국 북한 측 기만전술에 속은 셈이 됐다. 군사전문지 디펜스21플러스의 김종대 편집장은 "현 정부의 정보 분석ㆍ공유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치명적 약점을 북한에 노출시킨 경위를 엄중히 따져야 한다"고 질타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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