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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서 카드사용 부추기고… 카드사는 '묻지마 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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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서 카드사용 부추기고… 카드사는 '묻지마 발급'

입력
2012.12.1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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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가 널리 보급되기 시작한 건 불과 13년 전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정부가 경기부양과 세원(稅源) 마련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신용카드 장려정책을 편 것이다. 정부는 ▦월70만원이던 현금서비스 이용한도 폐지 및 300만원 한도의 소득공제 제도 도입(1999년) ▦1억원의 당첨금을 주는 신용카드 영수증 복권제도(2000년) ▦길거리모집 허용(2001년) 등 장려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백화점 카드만 발행하던 현대와 롯데가 신용카드업에 본격 진출한 것도 이 무렵이다.

카드사들은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길거리 모집을 통해 일정한 소득이 없는 대학생이나 실업자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카드를 남발했다. 누구든 쉽게 카드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경제활동인구 1인당 카드 수는 1999년 1.8장에서 2002년 4.6장, 2012년(2분기) 4.5장으로 크게 늘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민간소비 중 카드결제 비중도 1990년 5.6%에서 2000년 24.9%, 2002년 45.7%, 2011년(3분기) 61.3%로 껑충 뛰었다.

이런 '묻지마 식 카드 발급'은 결국 카드대란을 불렀다. 한 자릿수이던 카드 연체율이 2003년 28%로 치솟으면서 400만명의 신용불량자를 양산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감사원이 특별감사에 착수했고, 카드사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수습에 들어갔다.

카드대란의 악몽은 쉽게 잊혀졌다. 오히려 1,000원짜리 소액도 카드로 긁을 만큼 신용카드 사용이 더욱 보편화했다. 이에 대해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카드대란 이후 발급기준 강화 등 일정 부분 규제가 이뤄졌지만, 전체적으론 소득공제 확대 등 여전히 소비자를 유인하는 구조였다"며 "신용카드가 세원 투명화에 기여한다는 정부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후죽순 생겨난 카드사들이 부가서비스 등을 앞세워 고객 확보 경쟁을 펼친 것도 '신용의 상품화'에 한 몫 했다. 예전보다 기준이 다소 강화됐다지만 여전히 쉽게 신용카드를 발급 받을 수 있는 환경에, 구미 당기는 서비스들까지 널렸으니 고객 입장에선 신용카드 사용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반면 선진국들은 불필요한 거래비용 발생 등 신용카드의 부작용을 일찌감치 깨닫고 제도 정비에 나섰다. 호주는 2003년부터 신용카드 사용 고객에게 별도 수수료를 물리며, 캐나다는 2009년부터 개인의 소득과 지출을 엄격히 심사해 선별적으로 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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