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5' 구입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아이폰의 새 모델 출시를 애타게 기다려온 데다, 통신사의 2년 약정도 끝이 나 당장 구매하는 데 문제는 없다. 그를 갈등에 빠뜨린 것은 다름 아닌 아이폰5S의 내년 상반기 출시설이다. 김모씨는 "아이폰5가 국내에 석 달이나 늦게 출시됐는데 몇 달만 더 기다리면 신 모델을 구입할 수 있는 것 같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업계에는 '1년 공식'이란 게 있다. 전략 스마트폰의 출시 주기가 대체로 1년 정도였기 때문이다. 기술의 진화가 빨라지며 조금씩 당겨지는 측면은 있었지만 개발 기간 등을 감안할 때 1년 주기는 마지노선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내년에는 이러한 불문율이 깨질 가능성이 높다. 외신과 시장 전망을 종합해보면 짧게는 6개월 만에 새 제품을 내놓는 사례도 등장할 전망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애플이다. 지난 9월 아이폰5가 나오자마자, 시장에선 차기 모델인 아이폰5S의 내년 상반기 출시설이 불거지고 있다. 현재는 '내년 6월 출시'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지난 5월 갤럭시S3를 출시한 삼성전자는 내년 2분기 중 갤럭시S4를 선보일 것을 점쳐지고 있다. 다만 최근 공식 블로그에 '내년 1월8~11일 특별한 소식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란 문구를 공개한 터라, 출시 일정이 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9월 옵티머스G를 출시한 LG전자 역시 내년 상반기에 후속작을 선보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처럼 출시 주기가 짧아지는 것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방증이다. 선두권에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은 서로 앞서기 위해 전력 질주를 계속하고, LG HTC 노키아 팬택 등 후발 그룹은 선두와의 격차를 조금이라도 좁히기 위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것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시장의 양적 경쟁이 심화되는 시기에 도래했다"며 "원가 경쟁력과 규모의 경제, 속도의 싸움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상대가 무너질 때까지 출혈 경쟁이 계속되는, 일종의 '치킨 게임'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높아진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이제 6개월만 지나도 구형 스마트폰으로 인식하는 추세"라며 "LTE 등 기술의 진화 속도가 워낙 빨라진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빨라지는 신제품 주기가 소비자 입장에서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당장 제조사의 관심이 신제품에 쏠리면서 이전 기종의 업데이트 등 사후 지원이 부실해지고 있다는 불만이 높다. 또 막상 신제품을 내놓고도 부품확보가 쉽지 않아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는데, '다음달에는 나온다'는 얘기가 수없이 반복돼 '담달폰'이란 오명까지 썼던 아이폰5가 전형적인 사례다. 또 새 제품이 나올 때마다 가격이 올라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고, 구 제품의 재고가 쌓이면서 국가적으로 자원이 낭비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향후 몇 년 간 이 같은 속도경쟁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송종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의 성장 여력이 아직 충분한 데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등 새로운 기술이 계속 등장하고 있어 앞으로의 출시 주기는 더 짧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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