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11시(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유엔본부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실. 북한의 로켓 발사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소집된 회의에 15개 안보리 이사국 대표가 자리했다. 한국은 차기 안보리 이사국 자격으로 참석했다. 100분 가량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는 향후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가 순탄치 않을 것을 보여주는 작은 사건이 일어났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한 대응 조치를 논의하던 중 수전 라이스 미국 대사가 "북한의 위성 발사를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지역 안정을 해치는 도발적 행위로 규정해야 한다"고 하자 리바오둥 중국 대사가 "북한을 비난할 필요가 없다"며 "로켓 발사 시험이 지역 안정을 위협할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고 맞서면서 두 사람이 설전을 시작했다. 라이스가 "말도 안 돼"라고 되받아 치자 화가 난 리바오둥이 "말이 안 된다고?"라고 반문한 뒤 "당신 말 조심하는 게 좋겠어"라고 직설적으로 공격했다. 라이스는 협상을 할 때 공격적 발언을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리바우둥은 말이 적고 형식을 존중하며 외교적 언쟁에 소질이 없는 외교관으로 알려져 있다.
라이스는 "그 말은 옥스퍼드 사전에 있다"며 "비탈리 추르킨 러시아 대사가 이 자리에 있다면 그 대응법을 알았을 것"이라고 리바오둥을 재차 공격했다. 라이스와 추르킨은 지난해 12월 시리아 사태를 놓고 언쟁을 한 적이 있는데 당시 라이스가 추르킨에게 허위 주장을 한다고 비난하자 추르킨은 허위 주장과 유사한 단어를 예닐곱개 나열하며 라이스를 조롱했었다. 리바오둥은 "라이스의 발언은 다른 나라에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미국의 외교정책과 꼭 같다"고 비판했다.
이날 회의는 라이스와 리바오둥이 타협한 형태의 결론을 내렸다. 북한의 로켓 발사를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강력 규탄하는 대신 로켓 발사가 지역 안정을 해친다는 문구는 뺀 것이다. 미국, 일본, 한국은 북한 추가 제재를 위한 결의 채택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날 회의에서처럼 앞으로 중국이 강력하게 저항할 것이라고 포린폴리시는 전망했다. 한 유엔 전문가는 "두 대사의 말다툼은 앞으로 안보리 회의가 어떻게 진행될지를 시사하는 작은 에피소드"라고 평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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