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은행의 단일 감독체제와 관련한 핵심적 합의를 도출하는데 성공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자산 300억유로(약 42조원) 이상인 대형은행의 감독권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200여개의 유로존 은행이 단일 감독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1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14시간 동안의 마라톤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유로존 은행 단일 감독체제에 합의했다. 단일 감독체제는 2014년부터 효력을 발휘한다. 바소스 시알리 재무장관 회의 의장(키프러스 재무장관)은 "전 유럽에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역사적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따라 유로존 대형은행은 자국 정부가 아닌 ECB의 직접 감독을 받게 됐다. ECB는 감독권뿐 아니라 영업 취소권, 조사권, 제재권 등 강력한 권한을 보유하게 된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큰 쟁점은 10월 EU 정상회의에서 이미 단일 감독기구 설치에 합의했기 때문에 과연 어느 규모의 은행부터 단일 감독체계에 포함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프랑스 등은 유로존 내 6,000여개 은행을 모두 단일 감독체제에 넣자고 주장한 반면 자국 지방은행(란데스방크) 및 저축은행의 독립성 훼손을 우려한 독일은 대형은행에만 적용하자고 요구했다. 이번 합의는 결과적으로 독일의 제안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단일 감독기구가 출범하면 ECB나 유로안정화기구(ESM)가 회원국 정부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개별은행 문제에 개입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스페인처럼 일부 은행의 위기가 국가의 위기, 나아가 EU 전체의 위기로 확산되는 것을 미연에 막을 수 있다.
유로존은 이런 수준의 단일 감독기구라면 EU 조약을 수정하지 않고도 발효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유로존 은행을 하나의 체계 아래 통합하는 은행동맹을 이루기 위해서는 공동예금자 보호제도, 부실은행 단일 청산체제 도입 등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제가 남아 있다.
이영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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