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징후 포착에 실패함에 따라 우리의 허술한 대북 정보능력 전반에 심각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알려진 사실들을 종합해보면 북한이 지난 8일 로켓의 결함을 시사하고, 이틀 뒤 "기술적 결함으로 발사 예정기간을 (당초 22일에서)29일까지로 연장한다"고 발표한 뒤부터는 확실히 정보판단이 안이해진 것으로 보인다. 발사대 주변 움직임에 대해서도 '희망적 관측' 심리가 개입돼 이를 연기의 징후로 해석했다. 경계 피로도를 이유로 합참이 발사 몇 시간 전 경계태세 수준을 하향 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미국과 일본 등 주변국들도 제대로 예측 못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위장전술에 깨끗하게 당한 셈이다. 대북 정보감시 수단이 워낙 제한돼 있고, 그나마 대부분을 미국에 의존하는 상황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이번 실수는 확보된 정보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똑 같은 실수가 2년 전 천안함 폭침 때도 저질러졌다. 인접 북한 잠수함기지의 이상징후를 포착하고도 통상적 훈련으로 넘겼다. 연평도 포격도발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어떤 사소한 징후도 가볍게 보지 않겠다"고 누누이 다짐하고도 여전히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으니,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기대하겠는가.
같은 수준의 정보를 공유한 일본 자위대가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던 사실과 비교하면, 북한 도발에 직접 노출돼 있는 우리 군의 정신자세는 실로 부끄러울 지경이다. 그다지 신뢰할만한 정보는 아니지만, 일부 일본언론의 보도대로 결정적 시각에 미국의 정보공유 대상에서 배제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더욱 중대한 문제다. 현 정부가 그토록 자랑해온 한미 공조에 사실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뜻이자, 우리 안보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뒤늦게 미사일 타격체제(Kill Chain) 구축이나 미사일 시스템 업그레이드 일정을 앞당기겠다는 등 현실성 미심쩍은 대책들을 급히 내놓고 있으나, 그런 전시형 호들갑으로는 떨어질 대로 떨어진 안보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제발 정신들 차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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