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사립대 영어교육과 출신인 민모(34)씨는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의 교직채용 알선업체인 S연구소를 찾았다. 3~4년간 임용고시에 번번이 낙방하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았던 것. 이런 그에게 연구소의 강모(48) 소장은 "프리미엄 회원으로 가입하면 내년 3월까지 정교사가 되도록 해주겠다"며 솔깃한 제안을 해왔다. 그는 계약금 2,000만원을 포함, 거금 9,000만원을 내고 프리미엄 회원에 가입했다. 하지만 강 소장은 일선 학교가 교육청에 올린 구인정보 등 공개된 일반 교직채용 정보만을 알려줄 뿐 이렇다 할 도움을 전혀 주지 않았다. 민씨는 결국 올 3월 스스로 찾은 한 중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들어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교사직 알선을 미끼로 구직자 480명에게서 5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 등)로 K고 윤리교사 출신 강 소장과 K고 이사장 아들 강모(53)씨를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S연구소 실장 박모(67)씨 등 연구소 관계자 2명과 이사장 아들의 부인 곽모(52)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1999년 연구소를 차린 강 소장 등은 2006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교직채용을 상담하러 온 구직자 480명에게 "정회원은 기간제 교사, 프리미엄 회원은 정교사로 채용이 되도록 해주겠다"며 정회원에게서 각 55만~77만원, 프리미엄 회원한테는 각 5,000만~9,000만원의 회비를 받아 챙긴 혐의다. 이 중 프리미엄 회원 3명은 K고 채용 논술 문제를 미리 받아 서류·논술·공개수업 등의 평가에서 최고 점수를 받고 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K고 이사장 아들 강씨 등은 연구소장 강씨로부터 7,000만원을 받고 시험문제를 유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교사로 채용된 회원들에게 수수료로 연봉의 5~13%를 요구해 일부로부터 받아내기도 했다. 연구소 측은 전국 사립학교 인사권자로부터 교사 채용 인사권을 위임받았으며 프리미엄 회비로 1억5,000만원을 내면 연구소에서 설립 예정인 특수학교 교사로 취직이 가능하다고 광고했지만 사실 무근인 것으로 밝혀졌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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