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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2월 14일] 결핍과 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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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2월 14일] 결핍과 과잉

입력
2012.12.13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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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의 자생력은 알면 알수록 놀랍다. 특히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려는 생리적 본능은 정말 신비롭기까지 하다. 영양학적 차원에서 보면 몸에 생기는 병은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사실 결핍에서 기인하는 것은 거의 없다. 거의 모두가 과잉해서 오는 것이다.

예컨대, 채식주의자들이 의도적으로 육식을 멀리한 결과 동물성 단백질이 결핍되었을 때, 그들의 몸에서는 놀랍게도 식물성 영양분을 단백질로 변환시키는 새로운 효소물질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사람의 몸에는 결핍을 보충하려는 프로그램이 내장되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과잉에는 속수무책이라고 한다. 당분이 넘치고, 단백질이 넘치고, 지방이 넘치고, 열량이 넘치는 것에 몸이 자체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병을 부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음은 어떨까? 마음은 몸과는 달리 안타깝게도 결핍에 자체적으로 대응하는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사랑이 부족하면 사랑을 앓고, 자존감이 부족하면 콤플렉스를 앓는다. 그냥 끙끙 앓는 수밖엔 없는 것이다. 시기와 질투, 원망, 분노, 혐오 같은 마음의 병은 예외 없이 어떤 결핍의 산물들이다. 하지만 이것이 항상 나쁜 걸까. 시기심과 질투, 원망이나 분노는 우리의 안일한 영혼을 교란시켜, 전혀 다른 세계에 입장하는 순간의 전율과 충격을 추동하기도 한다. 그때, 우리 영혼의 영토는 무한히 확장될 수도 있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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