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을 막론하고 18세기까지만 해도 마른 체형보다는 통통한 체형,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뚱뚱한 체형이 대접을 받았다. 루벤스, 렘브란트, 마네 등이 모두 풍만한 가슴의 여인을 화폭에 남겼다. 아마도 그 당시에는 먹고 사는 것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에 마른 사람보다는 잘 먹어서 뚱뚱한 사람이 대접받고 귀한 상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지금 남아 있는 중세시대 미인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비너스상이나 다른 미인들의 초상화를 보더라도 날씬한 미인보다는 하나같이 풍만한 몸을 자랑하고 있다. 현대적 관점에서 본다면 결코 아름답다고 볼 수 없는 체형이다.
그에 대한 반항이었는지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잠시 반짝 케이트 모스 같은 가슴이 깡마른 패션모델이 인기를 끌었으나, 2001년을 기점으로 다시 글래머러스 모델이 대세다.
루벤스 시대에 비하면 지금은 보다 가냘프고 날씬한 몸매를 미인의 기준으로 삼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은 체형과 매치되는 풍만한 가슴이다.
아마도 이것은 남자들이 만든 미의 기준일 것이다. 누구나 어려서는 엄마의 품이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장소였다.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엄마의 가슴은 언제나 풍만하고 넉넉하다. 고향을 그리워하듯이 남자들은 성인이 돼서도 풍만한 가슴을 갈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하다.
하지만 날씬한 몸매에 풍만한 가슴을 갖는다는 건 거의 신의 선택을 받지 않는 한 힘든 일이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이 하는 수 없이 유방확대술을 고려하지만 부작용과 불편함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과거의 실리콘보형물은 10년이 지나면 최소 40%가량이 터져서 문제가 됐다. 식염수백 보형물은 5년이 넘어가면 자연 누수현상이 생기거나 열에 한둘은 구축현상(보형물 주위조직이 단단해짐)으로 재수술을 해야 한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게 코헤시브젤백(코젤백)이고, 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한 게 텍스처 타입(texture type)이다.
텍스처 보형물은 표면에 결을 만들어 구형구축을 예방하고, 유방조직과 텍스처 보형물의 상호유착을 통해 유방이 위로 솟구치는 느낌이 들도록 유도한다. 이를 더 발전시킨 게 마이크로 텍스처 타입(micro-texture type)이다.
하지만 이런 인공 보형물은 한계가 있다. 유방에 넣는 보형물은 평생을 갖고 가야 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조금이라도 생체친화적이고 부작용이 없는 것을 사용하는 게 환자나 의사에게 좋은 일이다. 그래서 4년여 전부터는 복부와 허벅지의 군살에서 뽑은 순수 지방세포와 여기에 섞여 있는 줄기세포를 유방에 주입해 보형물이 주는 이물감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수술한 뒤 자연스런 유방의 모양새는 물론 내 살과 똑같은 느낌이 만족감을 배가시킨다. 실리콘 백, 식염수백의 부작용을 익히 언론을 통해 들어본 적이 있다면 누구라도 자가지방이식 가슴성형을 선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강태조 유진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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